이상한 일

by Dahl Lee달리

대학교 때는 자취를 하기도 하고 기숙사에 살기도 했다. 기숙사는 4인이 방 2개짜리 집 1채를 받아 같이 사는 구조였다. 본과 2학년때였나, 난 내 동기 한 명이랑 본 3,4 언니랑 같이 살게 되었다. 동기랑 둘이서 작은 방 1개를 썼는데 내 동기는 남자친구 집에서 자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 나는 거의 혼자서 방을 썼다.


본과는 예과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예과생들이 본과에 와서 술을 많이 마시면 종종 본과 선배집에서 재워줬다. 나는 기숙사에 살아서 선배들 눈치가 보여서 후배들을 재우는 일이 드물었다.


그 드문 날 중 하룻밤의 일이다. 편집위 술자리가 끝나고 여자 후배 서너 명을 좁은 내 방에서 재우고, 나도 그 옆에 누워서 잤다. 내 방엔 침대가 없어서 그냥 이불을 깔고 잤다. 그날 밤 같이 잔 후배들 중 하나가 편집위에 새로 들어온 여자 후배 민서였다. 170이 넘는 키에 긴 생머리, 노르스름한 피부, 눈이 토끼같이 동그란 아이였다. 잠이 들었다가 이상한 기척에 깼는데 그 아이가 내 몸을 집요하게 만지고 있었다. 걔는 나보다 덩치가 컸다.


언니 기분 좋아요?


이런 말을 계속 속삭이면서.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질문과 달리 난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 언제 끝나는 것일까. 참다 참다 그 애의 손을 확 밀어내고 화장실로 직행해서 샤워를 했다. 돌아오니 그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나는 기숙사에서 나가 학교에 머물다가 후배들이 다 떠나고서야 내 방에 돌아갔다.


종종 이런 일들이 있었다. 내가 잠이 들면 나쁜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그런 일이 있으면 무조건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삭제해버리곤 했다. 언니도 아니고 여자 후배는 경계해 본 적이 없는데.. 둘이 자는 것도 아니고..


그다음 날부터 나는 그 아이랑 눈도 맞추지 않고 인사도 씹었다. 졸업할 때까지 그랬다. 뻔뻔한 그 아이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나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술자리에서도 내 주변에 앉으려 기를 쓰고 노력했다. 나중에 보니 그 아이는 남자친구도 사귄 것 같았다. 적어도 레즈비언은 아니었다는 말인데 그럼 나한테 왜 그랬던 걸까. 걔가 남자친구랑 손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뭐였을까 그 감정은. 아무튼 걔랑 그런 일이 있은 후엔 편집위에서 예과 후배들과 마주치는 자리는 되도록 피하게 되었다.


편집위에서는 아직도 후배들이 한 달에 한번 신문 만들걸 보내주고 전화 연락이 온다. 각종 결혼소식과 부고 소식도. 민서는 아직 결혼했다는 연락이 없다. 걔가 오래 미웠는데 오늘 갑자기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은 벼락같이 오는 것. 지금의 나라면 조금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서야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나는 좀 더 하얗고 작은 사람을 좋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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