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교회는 유난히 이적과 기적을 강조하는 곳이었다. 영적으로 살아있는 목사님의 능력이 준비된 자에게 임하면 다양한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고 했다. 나 역시 몇 번 체험의 경험이 있었다.
내 왼쪽 귀는 어려서부터 말썽이었다. 엄마랑 내 동생 모두 왼쪽 귀의 이명이 있다. 엄마의 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병원들에서 모든 검사를 해봤지만 결국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전 교회 목사님께서 몇 번이나 안수 기도를 해주셨었는데 역시나 차도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새 교회로 옮겨 안수기도를 받고서는 깨끗이 나으셨다고 했다. 엄마는 나도 열심히 기도하면 그런 기적이 찾아올 거라고 했다.
내 귀 역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나는 큰 소리를 들으면 왼쪽 귀가 지지직 거리며 아프고, 고요한 곳에선 이따금씩 잔잔한 파도소리 같은 이명도 들린다. 다행히도 그 파도소리는 내 귀엔 참을만한 형태의 소리다. 꼭 바다에 온 기분이기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하니 지극히 정상이라고 그냥 큰 소리를 피하라고 했다.
귀의 통증 때문일까, 나는 큰소리가 싫고 무섭다. 태어나서 한 번도 클럽에 가본 적이 없다. 내가 정기적으로 가는 곳 중 가장 큰 소리가 나는 곳은 교회랑 헬스장이다. (새로 옮긴 교회에서는 이어 플러그를 꼭 낀다. 전 교회에선 목사님이 무서워서 못 그랬지만..)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며칠 전 들은 라흐마니노프를 계속 생각했다. 오케스트라의 움직임과 소리를.
그러다가 갑자기 왼쪽 귀에 earbuds가 방전될 때 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한국말로 earbuds를 뭐라고 하더라.. 잠을 못 자니 머리가 안 돌아간다. 아무튼 내 earbuds는 삐리리.. 하며 급하게 마무리되는 음이 난다.) 그리고 순식간에 음악을 꺼버리듯 머릿속과 귓속에서 재생이 되던 라흐마니노프의 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세상은 텅 빈 공허같이 고요했다.
나는 또 기적을 만난 것일까?
오늘 예배를 잘 드려서 하나님께서 선물을 주신 걸까?
귀가 다 나았을지도 몰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였다.
꼬르륵.
뭐야 이 소리였어?
알고 보니 나는 저녁을 먹지 않은 채 밤을 꼴딱 새웠다. 그저 배가 고픈 거였나. 뱃속에서 나는 소리를 기적으로 착각한 한심한 나였다.
그러나 또 모르지. 다음에 큰 소리를 들었을 때 귀가 안 아프고 멀쩡할 수도.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건 내가 아직도 기적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를 구원해 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