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누운 밤
더 탐구할 곳이 없어설까
우리는 서로의 파인 곳에 손을 넣어보기로 한다
아직 아물지 못한
붉고 끈적이는 곳
서로의 손을 잡아 이끈다
깊은 곳
더 깊은 곳으로
23살
14살
5살
그 속에 든 끔찍한 이야기에
네가 달아날까 봐
작아지는 목소리
망가지고 더러운 내가 슬픈 너는
옆을 떠나지 못하고
이제 너는 나를 볼 때
노란 피부 밑
붉게 피 흘리는 구멍을
함께 가늠할까
내가 너를 볼 때
너의 까만 눈동자 밑
길게 드리운 그늘을 찾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밤이 지나
우리는 우리가 아닌 그 무엇이 되고
네 손이 들어왔던 그곳은
어느새
그 온기만큼 아물어 있다
가끔은
옷깃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걸어볼까
오래 걸어온 길
발끝에
낯선 소리가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