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길고, 우린 아직 다 피지 못 한 꽃이다.
이유가 없는 삶은 없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정하는 것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부모라 해도. 그러나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사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 선택이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 자신의 희생적 삶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힘들고 답답하고 외롭고 아프지만 묵묵한 자신의 행동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나 하나의 노력이면 모두가 자신의 삶을 잘 살 거라고 생각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희생하며 내 삶의 의미를 나에게 두지 않는 것은, 언젠가 나와 그 사람 모두에게 더 상처를 줄 수 있다. 누군가의 희생의 대가로 얻은 평안은 진정한 평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랑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부재하는 평안은 영혼이 없는 삶과 같다.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쁘기도 하다. 그 길에서 어떤 시련과 아픔이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삶을 위해 나아가지 못하게 잡아끄는 중력을 이겨내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끝도 없는 사막의 무소의 뿔처럼 눈물겹고 용감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을 어떤 사람은 척척 해내고 생각지도 못 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기도 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일을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앞을 향해 나아간다.
꿈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 한 귀퉁이 자리를 마련해 놓고 그 자리는 무엇에게도 내어주지 않는다. 너무 힘들고 속상한 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외롭고 아픈 날 소주 한 잔 하며 그 마음 한 귀퉁이에 눈물의 씨앗을 심는다. 그 약하고 약한 눈물의 씨앗이 힘차게 뿌리를 뻗고 줄기가 자라 세상을 향해 제 자신을 키워나가는 주인공의 삶을 함께하고 싶다면 let’s go!!
소설책을 두 번 연달아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이설 작가님의 문체가 좋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이 더 아프고 공감이 갔다. 너무 답답해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작가님이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우리의정류장과필사의밤>
#김이설 소설
#작가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