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에서 7월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읽었다. 12주 동안 내면의 창조성을 깨우기 위한 책이다. 대부분의 단계는 시도해보려고 노력했다. 한 가지 주저하며 망설이고 있던 방법이 있다. “일주일 동안 책 읽지 않기”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도 됐다. 또 인스타그램에 일주일 도안 피드를 올릴 수 없다. 여러 날 고민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나는 책을 읽지 않겠다.’
나에게만 쓸 수 있는 시간.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 오전 시간에는 여유가 있다. 대부분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리뷰를 쓰고 책을 읽는다. 일주일 동안은 책을 읽지 않기로 했으니 책을 읽는 것도 리뷰를 쓰는 것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미뤄온 글을 열심히 쓰기로 한다. 시간이 더 많아졌으니 분명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야무진 꿈을 꾼다. 글쓰기는 언제나처럼 A4 한 장 분량 한편이면 더 써지지 않았다. 패드를 덮고 멍을 때리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더 앉아 있다 보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마음속 침묵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오래 가진 못 한다. 그럼에도 그 순간 만큼은 평온함을 느낀다. 그 평온함도 잠시 또 온갖 잡생각이 나비처럼 머릿속을 날아다닌다.
책상 옆에 쌓인 책탑을 바라보며 의미 없는 한숨을 쉰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예쁜 책에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쉬움을 달랜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기 위한 과정이라면 일주일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책 중독자 또는 활자 중독자라고 불릴 정도로 책을 많이 본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가진 생각이나 상황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다. 책 속의 삶에 빠져들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있다. 나를 잠시 내려놓는 그 순간이 좋다.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또한 짜릿한 일이지만 내가 아닌 내가 되는 것도 좋다. 잘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되고, 한 번뿐인 삶이고, 되돌릴 수 없다는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무엇인가의 답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 것도 독서의 좋은 점이다. 나의 책 읽기는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주인공의 엄마나 언니 또는 아빠가 될 수 도 있다. 친구나 사회 구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살람이나 무엇이 되어 본다는 것은 관점의 폭을 넓혀준다. 편협한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일깨운다.
여러 사람이 되어보는 것,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해 보는 것, 나와 다른 가치관으로 생각해 보는 것,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것도 일주일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즐겁지 않을 줄 알았다. 불안할 줄 알았다. 하지만 첫날 몇 시간을 빼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집 정리를 피아노 연습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또 다른 의미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느꼈다.
날 위한 시간을 갖지 위해 카페에 가서 조용히 앉아 사색에 잠겨 본다. 카페에 가면 언제나 책부터 꺼내 들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스로가 낯설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 알지도 누군가의 웃음이 힐링이 된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고 노트북을 바라보며 뭔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열정을 충전하기도 했다.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한참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니 기분이 좋다.
하루 이틀, 책을 읽는 대신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했다. 방학을 한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드라이브를 한다.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드라이브하며 함께 듣는 음악을 따라 부르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도 한다. “얘들아, 하늘 좀 봐. 진짜 대박이다. 이쁘지?” 사춘기 녀석들에게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은 감탄의 대상인가 보다. 구름이 뭐랑 닮았다는 둥 떠들다가 말이 없어진다. 그냥 하늘을 바라본다. 아이들에게도 창조성을 깨우는 시간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불안감을 아는가?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하며 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했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단행하는 것은 도전이다. 불안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 했지만 역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내가 무슨 일을 안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쓸 소재도 고갈되고 재미도 없을 줄 알았다. 글을 쓸 소재는 넘쳐났고 책을 읽는 것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도 많았다. 책을 비워내니 그 공간에 새로운 것들로 채워졌다.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고 써야 할 리뷰가 줄을 섰지만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대끼기도 했다.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가 나를 잠식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책 밖의 세상에도 즐거운 일들이 가득했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기 위한 독서 금지 일주일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내 안의 무한의 재료를 끄집어내 나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하고 내 생각과 느낌으로 그것들을 소화시킬 것이다. 남의 생각과 느낌을 써놓은 말들을 정신없이 먹어대는 독서 먹깨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책 읽는 시간에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음악을 들어도 청소를 해도 책장을 정리해도 옷장 정리를 해도 산책을 해도 드라이브를 해도 그림을 그려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된다. 그리고 놀 수 있다. 절. 대!! 읽지 말아라. 읽지 않고 보낸 일주일이 더 성장한 당신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난 가끔 책 읽기를 멈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