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은 뭔가를 배우기에 너무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나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자신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나이. 꼭 뭔가를 이루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는 나이. 하다가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고 틀려도 웃어넘길 수 있는 나이. 선생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깊게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나이. 그래서 망설이고 주저했던 것에 도전하기에 좋은 나이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어 늘 뭔가를 익히고 배우고 공부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엇인가를 분출해 내기 위한 분화구가 필요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10대 아이들보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20, 30대 보다 더 간절하고 절실하게 배움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 지나고 나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점점 기회가 줄어들어 드는 것 같아서 배우는 일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뭔가를 배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시간이 좋다. 조급하지 않게 배움의 순간들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삶에 40이라는 숫자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이 드는 것이 그렇게 두렵고 실망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아주 아주 아주 좋은 나이라는 것을.
새로 시작한 무엇으로 결과를 낼 수 없어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거나 역사를 새로 쓸 수 없어도, 지금 하는 것으로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도 상관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고 승진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제성도 없고 책임감도 필요 없다. 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시작하고 빨리 갈 필요도 없으니 부담도 없다. 뭔가를 시작했다는 설렘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삶을 풍성히 채우면 된다.
아무것도 목표로 하지 않고 뭔가를 바꾸려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마음이 바뀌고 삶의 자세가 바뀐다. 지금 시작한 일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이미 마음은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와 같은 삶을 살아도 어제와 같은 내가 아님을 느낀다. 나에 대한 누군가의 기대의 눈빛도,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 마흔,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느라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앎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배움에 대한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