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특별함

by 이작가

아이들과 함께한 첫 해외여행은 패키지여행이었다. 홈쇼핑에서 ‘고객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신나는 겨울방학을 선물하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에 이끌려 정신을 차려보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처음 해외여행을 하는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들떠 가방을 챙겼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여행가방을 싸는 게 아니라 이삿짐을 싸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뜰 때 심장이 한 번 떨어졌다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 입국 심사장에서 잔뜩 긴장해 ‘Yes, Yes’를 연발하던 모습, 공항을 나오자 찐득찐득한 습기와 열기에 숨이 턱 막혔던 순간, 처음 가이드와 함께 여행할 사람들을 만나 정겹게 인사하고 한국에서 싸온 반찬을 나눠 먹던 일, 섬으로 들어가던 배가 고장이 나 바다 한가운데서 눈물 콧물 쏟으며 했던 기도, 야시장에서 기념품 가격 1000원 깎으려고 흥정했던 비장함, 새벽 6시에 만나 조식을 먹고 다음 이동 장소로 이동하고, 40인승 대형 버스에 올라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일정대로 관광 장소를 이동하며 선택 관광을 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할 때의 신중함 이 모든 감정들의 집합체가 우리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현실 속에서의 삶보다 패키지여행이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지만 우리의 얼굴에는 기쁨과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여행지가 어딘지, 패키지인지 자유여행인지, 럭셔리 여행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만약 여행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여행지가 어디냐가 아니라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여행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요인을 현실에서 적용항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맹그로브 숲이 될 수도 있고 레이크 루이스가 될 수도 있고 제주도 올레길이 될 수도 바다 한가운데 유람선 안이될 수 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내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다. 바깥의 경치를 내 안으로 들여다 놓는 것 그리고 평범한 것들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여행의 진수다.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은 모두가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같은 호텔에서 묵고, 같은 조식을 먹고, 같은 가이드에게서 설명을 듣고, 거의 비슷한 기념품을 산다. 하지만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경험을 하며 각자 다른 의미를 마음속에 저장한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어떤 여행도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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