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 지옥

연습은 저거하지 않아 - By #펭수

by 이작가

"자, 그립을 잡으셨으면 어깨너비로 발을 벌려 서세요."

"네~"(정말 긴장한 목소리로)


이게 어깨너비가 맞나? 긴장하니까 어깨너비가 어느 정도 인지도 감이 안 잡힌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옆에 설치된 거울도 보고 앞에 놓여 있는 거울도 본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코치 선생님은 긴장되냐며 장난기 가득한 소리로 웃었다.


"어깨너비로 발을 벌렸으면 골프채 잡아 보세요. 자신에게 맞는 법은 찾으셨죠? 오늘 우리가 배울 것은 일명 "똑딱이" 에요."




똑딱이는 골프 용어로 쿼터 스윙(1/4 스윙)이라고 하며
마치 시계추가 똑딱똑딱 움직이는 것처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훈련을 말한다.




" 이제 볼을 양발의 가운데에 놓고 손을 헤드보다 앞으로 나오게 자세를 잡아 보세요."

"코치님, 이 자세가 맞아요?"

"아니 7번 아이언 무게가 8g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데 무슨 힘을 이렇게 줘요? 전쟁터 나가는 사람처럼. 힘 좀 빼세요."



온몸은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코치님이 하는 말은 귓볼을 튕겨나갔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처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 인가 불굴의 사십춘기 아줌마 아닌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크게 숨을 고르고 조용히 나에게 말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고르자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팔과 어깨를 역삼각형 모양을 만드세요. 그렇죠. 잘하셨어요. 그리고 그 역삼각형을 유지하며 스윙을 하면 됩니다. 쉽죠?"


나와 같은 골린이들에게 똑딱이는 낯설고 생소한 단어지만 프로들도 샷이 불안정할 때 몸풀기로 연습하는 아주 중요한 기본기 동작이라고 하니 제대로 배워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볼은 중앙에 두고 헤드가 앞으로 나가게 하고 어깨를 펴고 엉덩이는 조금 뒤로 빼고 고개는 볼에 고정하고 팔은 역삼각형을 만들고...' 이건, 자세 잡다가 날 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온몸에 힘을 잔뜩 주며 똑딱이 170개를 해냈다. 뿌듯함에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코치님을 바라봤다. '수고했다. 연습을 많이 했다.' 칭찬을 내심 기대했지만 코치님은 "뭘 이렇게 많이 치셨어요? 내일은 골프 안 하시려고 그래요?" 걱정과 핀잔이 뒤석인 말투다. 속상했다. 첫날인데 칭찬 좀 해주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꼭 고래를 춤추게 할 필요는 없어도 나는 신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칭찬에 돈 드는 것도 아니구만.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곡소리가 절로 났다. 오랜만에 칼을 뽑아 들었는데 뭐라도 베어야겠기에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이끌고 연습장에 도착했다. 나뿐만 아니라 어제 최선을 다해 똑딱이를 해낸 용맹한 전사들이 패잔병의 몰골로 나타났다. 또다시 1시간 똑딱이. 어제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둘째 날은 똑딱이 190개.


욕심이 화근이다. 몸에 붙어 있는 모든 근육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며 아우성이다. 잔뜩 화가 난 근육도 달래 줘야지. 매일 똑같이 똑같은 자세로 몇 날 며칠을 똑딱이만 해야 하는 일정에 혼미해진 멘탈도 잡아줘야지. 골프이게 보통녀석은 아닌 듯하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 공사가 중요하고, 악기를 배울 때도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듯 새로운 스포츠를 시작할 때도 처음 배우는 동작들을 차근차근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래 위에 아무리 근사한 집을 지은들 파도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고 감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똑딱이에 대해 알아봤다. 나만 알고 있으려고 했는데 함께 즐기고 익히면 좋을 듯하여 공개하도록 한다. 똑딱이의 중요성, 빠밤!


똑딱이의 중요성


앞으로 배울 전체 스윙을 할 때 공의 방향과 임팩트를 결정하는 구간이 바로 똑딱이 구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똑딱이 연습은 균형 있는 골프 스윙 자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프로 골퍼들도 샷이 불안정하고 자세가 불안정할 때 몸을 풀며 연습을 한다고 하니 힘들어도 제대로 자세를 배워야 하겠다. 또한 스윙의 안전성과 어프로치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중요한 것이 볼이 내 클럽에 맞는 느낌을 느끼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만 느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똑딱이의 느낌을 느껴야 정확한 임팩트가 가능해진다고 하니 그 느낌 느껴질 때까지 쉼 없이 달려보자.


똑딱이 자세 주의할 점


1. 손목 움직임을 고정하라. 손목은 고정시키고 똑딱이를 해야 한다. 똑딱이는 손목의 움직임이 아니라 어깨의 움직임으로 치는 것이다. (남편은 손목으로 연습하는 나를 보며 장난친다는 표현을 썼다. 난 정말 진지한데 말이다. 그만큼 손목으로 스윙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손목이 아닌 어깨로 치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연습이 필요했다. 솔직히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더 많다.)


2. 머리를 고정하라. 고개는 공에 고정을 시키고 역시 어깨만 움직여 스윙을 해야 한다. 고개가 고정되지 않고 함께 움직이면 자세가 무너지고 균형을 잃는다. 시선을 공을 바라보고 치도록 해야 한다.



한 번 몸에 익혀둔 잘 못 된 자세와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운동에서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갈 때도 경험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이치다. 알면서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골린이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바른 자세를 잡아본다.


똑딱이에 대해 알고 나니 재미없고 지루하다기보다 개미 지옥도 아니고 똑딱이 지옥에서는 골프 하는 내내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계추의 똑딱똑딱 가벼운 소리처럼 내 스윙도 자연스럽고 가벼워지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골린이는 여기저기 파스 붙이느라 정신이 없다.




모든 습관은
노력에 의해 굳어진다.
- 에픽테토스 -




Welcome to the 똑딱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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