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성격을 알 수 있다구요?

골프와 MBTI

by 이작가

"혹시 은행에서 일하세요?"

"아니요, 왜요? 은행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세요?"

"그럼 선생님이세요?"

"아, 어떻게 아셨어요? 그게 보여요? 돗자리 까셔야겠어요."

"공 한 번 치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공은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냥 '툭' 치세요."

"저도 그냥 '툭' 치고 싶은데. 고개는 고정해야 하고, 스윙할 때 빨을 쭉 뻗어야 하고, 공을 지나가듯 쳐야 하고, 힘도 빼야 하고. 저는 골프에 소질이 없나 봐요."

"앞으로 선생님은 생각을 하지 말고 치세요. 집중을 조금만 해요. 너무 잘하려고 완벽하게 치려고 하니까 더 힘이 들어가는 거예요. 꼼꼼한 성격을 가지신 분이 골프 치기 힘들어요. 그냥 편하게 치세요."

"........"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지금 배우는 것을 대충 넘기면 다음 단계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더 꼼꼼히 익히도록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된 것일까? 타고난 성격이 그런 것일까? 가볍게 툭툭 연습하시는 분들과는 달리 나의 준비 시간은 남들보다 두배 이상은 길다. 그걸 알고 있지만 그냥 '툭'하고 치는 게 쉽지 않다. 여전히 공을 보며 여러 가지 것들을 체크하고 나서야 친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모든 것들을 확인하고 쳐도 제대로 맞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골프 연습이 재미있다. 그 일을 잘 해내려는 욕심도 있지만 잘 되지 않는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변태적 성격도 연습에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한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가 유행했다. 그때 했던 성격 유형이 뭐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해봤다. 나는 어떤 성격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성격과 직업을 간파당한 내가 정작 스스로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카를 융의 분석 심리학을 근거로 개발한 성격유형 선호 지표다. 여러 성격 유형 검사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있다. 16가지 성격 유형 중 자신의 성격 유형이 궁금하다면 재미 삼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INFJ-옹호자


안은 내성적이고 직관적이며 느낌 있고 판단력이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 옹호자는 가장 드문 성격 유형일 수 있지만, 그들은 확실히 세상에 그들의 흔적을 남긴다. 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성실성에 신경을 쓰고, 옳다고 일고 있는 일을 할 때까지 만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매우 양심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확실한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가치를 따르는 대신 자신의 지혜와 직관을 통해 정말로 중요한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옹호자의 성격에 있어서 성공은 돈이나 지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성취감을 찾고, 다른 사람을 돕고, 세상의 선을 위한 힘이 되는 데서 온다. 대표적인 옹호자로는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레이디 가가, 니콜 키드먼, 괴테 등이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인가?'

내가 알고 있는 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본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내 성격검사 결과지 안에서 조차 구미에 맞게 선택하고 줄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 내 모습 속에서 또 나를 찾으려 애쓰는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모든 것이 나인 것을. 아니 그 모든 것이 내가 아니면 어떠한가. 그냥 나는 나인데. 스윙 한 번 하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가 나는 참 좋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잘하려고 애쓰는 내가 애틋하기도 하고 때론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는가? 세상이 뭐라 하든,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가 내 삶을 즐기면 되는 게 아닌가? 세상이 나를 뭐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내 삶을 살자. 그리고 내 스윙을 하자. 나에게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중요한 것이 없다. 나는 누가 뭐래도 내 삶이 가장 소중하고 내 스윙이 제일 애틋하다. 그래서 좋다.


"스윙이 많이 좋아지셨는데요!"

"정말요? 연습장 끊어서 연습했어요. 준비 동작 시간이 조금 빨라진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조금만 생각하고 치세요. 그냥 '툭.' 치세요."

"아, 네. 그냥 '툭.'"

'다리는 적당히 구부리고, 엉덩이는 좀 올리고, 고개는 고정, 스윙은 크게, 공을 지나가듯, 그리고 힘은 빼자......'


아직도 준비 시간은 길고 온갖 생각을 하느라 머릿속은 분주하지만 내 스윙의 목적은 분명하다. 언젠가의 싱글을 위한 작지만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이 조각이 정확하지 않으면 퍼즐은 완성될 수 없다. 그냥 '툭'쳐도 정확하게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스윙이 되는 그날까지 골린이의 분주한 준비 시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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