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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민음사

by 이작가

“인간의 사는 힘은 강하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스토옙스키 -



책을 읽고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에 생각해봤다. 단순히 읽고 보이는 대로 읽고 느끼는 대로 느끼며 읽는 독서도 있지만 그 책이 쓰인 사회적 배경을 알고 외국 문학이라면 책이 쓰인 나라에 대한 이해가 기반되어 있고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목적을 생각하며 읽는 독서도 있다.


러시아 문학, 고전 그리고 종교적 색채.

이 책을 < 이해한다 >라고 말하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배경 지식이 필요한 것 같다. #고전살롱 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인데 이 책을 읽어내는 것도 힘에 겨워 허덕이고 있다. 이해하기는커녕 표면적인 의미 파악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읽었다. 그럼에도 1권 보다는 가독성이 있었다. 드리트리의 이야기가 답답하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소득은 말로만 듣던 “양파 한 알 이야기”를 알게 된 것과 드미트리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안 것이다.


“미안했다, 드미트리. 어쩌면 내가 너 보다 더 한 사람일지도 몰라.”



언젠가 나를 수호하 던 수호신이 하나님 앞에서 나를 변호할 때 양파 한 알 만큼도 변호할 것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나는 세상에 그리고 누군가에게 양파 한 알을 건네준 일이 있었던가? 내 양파 줄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줄 마음을 갖었는가? 나 또한 그 여인처럼 그들의 손을 뿌리치지 않을까?



내가 알게 모르게 받은 양파 한 알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고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진 않았나?



나는, 내 목덜미에 걸린 보이지 않는 주머니 속의 1500을 되돌려 줄 용기가 있는가? 그럼에도 아직 주머니 속에 있는 1500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진 않은가? 오히려 1500을 생각하며 안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책을 읽으며 많은 질문을 했지만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은 찾고 또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찾은 답도 정답은 아니기에 맞고 틀린지도 모르고 또 내일이면 그 답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었지만 여전히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고 희미하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나는 나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 선 것 같다.


언제나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며 나로 살아가지만 또 내가 가장 어색하고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스스로의 어색함을 조금은 풀어낸 것 같아 좋았다.


“울고만 싶다. 애기가 더 이상 울지 않도록, 시커멓게 말라버린 애 엄마가 울지 않도록, 이 순간부터는 아무도 전혀 눈물 흘리지 않도록 모든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 지금, 지금 당장 한시도 미루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카라마조프 답게 막무가내로 나서서 말이다.” 497



나 또한 나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만 아파하고 기도하는 삶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위해 아파하고 기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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