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로 구름빵 만들기!!
오랜만에 보는 홍시와 홍비가 반갑다. 아이들이 “구름빵”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책이 너덜너덜 거려, 같은 책을 한 권 더 사고 엄마 욕심에 영어 버전도 샀다. 역시 영어 버전은 아직까지도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은 “엄마, 구름빵 만들어 줘.” 하고 조르곤 했다. 우리 집엔 빵을 구울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핑계로 순간순간을 모면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구름빵을 먹고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아이들은 구름빵 책을 더 이상 보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코로나 19로 아이들 등교가 힘들어졌다. 학교에 학원에 하루 종일 ‘뭘 할까’를 고민한 적이 없던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 딸아이(앞으로 딸아이를 “앵두”라고 부른다. 앵두는 딸아이의 태명이고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이름보다는 앵두라는 태명을 더 많이 부른다.)는 뭔가를 만들고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엄마, 구름빵 만들어주라.
- 구름빵? 홍비, 홍시 그 구름빵? 엄마는 빵을 한 번도 안 만들어 봤어.
- 구름빵 만드는 방법 찾아봤는데, 쉬워. 그럼 내가 만들어줄게.
- 진짜? 정말 구름빵을 만들 수 있겠어?
- 응, 전분이랑 레몬즙만 있으면 돼.
구름빵 재료 공개
달걀흰자 3개
설탕 조금
레몬즙 조금
전분 설탕보다 조금
에어프라이어 필요함
(오븐도 OK!!)
*앵두가 넣는 것을 보고 쓴 것!
이렇게 간단한 재료로 구름빵을 만들 수 있었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만들어줄걸 그랬다. 홍비 홍시처럼 비옷을 챙겨 입고 우산을 들고 구름빵을 먹은 것처럼 침대 위에 올라가 붕~ 뛰어올라 내리고 또 뛰어올라 내리 고를 반복하 던 아이들이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찡~ 했다. 그 순간에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때가 지나면 할 수 없는 것들 말이다. 나중에 그것을 후회한들 되돌려질 수 없어 인생은 아쉽기도 소중하기도 한 것 같다. 그때 못해서 아쉬웠던 것을 지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앵두와 함께 구름빵 여행 준비 완료!!
1. 달걀을 탁 하고 깨서 흰자만 분류한다.
앵두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다.
(노른자가 섞인 것은 떡만두 국에 넣어 먹었다.)
당황하지 않고, 두 번째는 더 조심조심 타~악.. 성공!!
‘달걀 껍데기가 들어갈까, 노른자가 들어가면 어떻게 할까’ 걱정 한 가득 가지고 달걀을 손에 든 앵두의 표정이 귀엽다. 달걀을 잘 못 깰까 봐 걱정하는 녀석이 구름빵을 만들어주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던 것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한 번의 실패는 있었지만 실패하고 나서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요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 같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2. 달걀흰자를 어느 정도 젓고 난 후
설탕을 두 스푼 넣어 준다.
고통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을
아직은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3. 다음 순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다!!
열심히 젓고 또 젓는다.
앵두 팔이 빠지기 직전 나에게 토스
내 팔의 느낌이 없어질 때 앵두와 하이파이브!
이제, 이팔은 제 것이 아닙니다.
4. 투명했던 달걀흰자가 하얀색이 되어가면
전분을 한 스푼 넣어준다.
5. 전분을 넣고 더 저어주다가
레몬즙을 조금 넣어준다.
앵두가 알아본 바로는 레몬즙을 넣어야
달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없는 앵두다.
또 하나의 삶의 지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앵두 오빠가 보다 못해
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조오억 번의 젓기가
끝나면 생크림 같은 달걀을 마주할 수 있다.
인. 간. 승. 리.
6. 기름종이에 오조어억번 저어 만든 재료를
빵 모양으로 조심스럽게 올려 만든다.
되도록 빵 모양에 가깝게 마무리를 잘 해주면
그럴싸한 빵 모양에 그 기쁨이 두배!!
7. 예쁘게 빵 모양을 만들었다면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140도에 20분!!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하면 OK!!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그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시간이다. 엄마를 닮아 급한 성격을 요리를 함께 하며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며 기다리는 방법을 배운다. 마음만 앞서 일을 급하게 하다 보면 실수하게 되고 간단히 할 일을 더 어렵게 하게 되기도 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까지 마저 쉰 후 차분히 그 일을 했을 때 실수를 덜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는 함께 자란다.
8. 땡~ 소리와 함께 구름빵이 완성되었다.
무심한 듯 보였던 사춘기 중1 오빠도 궁금한가 보다.
땡 소리와 함께 에어프라이어 앞으로 모였다.
꺼내는 순간
와~ 대박!! 진짜 된다고? 진짜?
색깔 좀 봐 진짜 구름빵 같아!!
내가 봐도 신기하다. ‘정말 이게 된다고? 정말?’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해줬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들을 밀쳐냈다. 지나간 것을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지금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함께 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오늘의 구름빵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하며 느끼고 이야기하고 웃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구름빵의 맛이 궁금할 것이다. 안 가르쳐 주지!! 한 번씩 아이들과 만들어 보길 권한다. 정말 간편하게 만들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조어억번” 저을 수 있는 용기를 갖었다면 누구라도 도전해 보길 바란다.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의
구름빵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약해요.
힘을 주어 잡으면 바로 모양이 망가져요.
구름빵은 과식 금지!!
너무 많이 먹으면 날아갔다가 못 내려올 수 있어요.
구름 빵을 먹고 나서 ‘나는 왜 안 떠오르지?’ 하고
고민 고민하지 마!
약간의 연기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란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맘껏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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