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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16. 2020

요리해주는 딸 4

파티에는 역시 야채전과 막걸리!!

세상에 이런 일이?!




띵~ 알림음이 울린다.
‘앗싸!! “라이킷” 했구나’..
알림을 확인하고 눈을 의심했다
진짜? 정말? 내 글이?? 대박!! 대박!! 대박!!
나에게 찾아온 브런치 요정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기쁜 소식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알렸다. 나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엄마 글 “조회수 3000”을 축하하는 파티를 하자며 아이들이 더 들떴다. 뭐 이런 걸로 파티를 하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딸아이가 전을 만들어 준다고 아빠는 막걸리를 준비하라고 한다. 속으로 ‘김치전을 하겠구나’했는데, 아니다. 야채전을 한단다. 전에 한 번 해준 것이 기억에 났나 보다. 나에게 찾아온 브런치 요정 그리고 요리 요정.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1. 재료를 준비한다.

야채만 있으면 맛이 없다고 오징어 한 마리를 공수해왔다. 엄마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오징어 야채전”을 위한 재료가 마련되었다.

재료

당근, 호박, 양파 ( 깨끗이 씻어서 준비함.)
오징어 한 마리 (씻을 때 미끌거림이 느껴지면 눈 한 번 질끈 감자.)
부침가루 (밀가루도 해도 당연히 됨. 개인적으로 부침가루가 더 바삭함.)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칼질은 너무 어려운가 보다. 야채를 써는 건지 오리는 건지 알 수 없다. “어차피 섞이면 잘 몰라,” 이럴 때 보면 어린애가 맞긴 한 것 같다. 양파를 썰  때는 눈이 매운 게 아니라 손이 매운 것 같다며 호들갑이다. ‘어쩌지 이 귀여움을.’ 호박은 써는 게 아니라 오리기 수준이다. 몇 번 음식을 만들더니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는데 한껏 올라갔던 어깨가 조금 내려왔다. 그 모습도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당근을 썰다가 말고 한 도막 잘라서 입으로 쏘~옥 오도 오독 잘 도 먹는다. 이렇게 이쁜 토끼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토끼가 요리까지 하니 말해 뭐할까?



2. 준비한 야채를 어떻게든 자른다.
*예쁘지 않아도 되니까, 아이 손이 다치지 않게 한다.

3. 급하게 공수한 오징어도 물컹거림을 꾸~욱 참으며 자른다.
오징어는 잘 잘리지 않으니 아이들이 할 경우 더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 아이가 안심하고 자를 수 있다.



- 거봐, 어차피 섞이면 어떻게 썰었는지 모른다고 했지?
-우와!! 정말이네. 당근이랑 양파랑 호박이 섞이니까 예쁘기까지 하네!! 게다가 저 영롱한 오징어 빛깔 좀 봐~ 엄청 맛있겠다. 그치??
-엄마, 이제 만들어 볼까?
- 가스 조심하고 센불 말고 약한 불로 시작해!


섞어 놓고 보니 색이 제법 예쁘다. 오른손으로 섞고~ 왼손으로 섞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이것은 놀이인가? 요리인가? 아무렴 어떤가, 우리가 즐겁고 신나면 됐지.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요리를 하는데 어떻게 요리사처럼 할 수 있겠는가. 모양도 삐뚤빼뚤하고 이리저리 휘젓다가 양념이 튀기도 하는 게 당연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요리를 소꿉놀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간을 더 즐길 수 있다. 조선 아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온 아이가 되었으니 감사하면서 소꿉놀이에 집중하자. ( 조선 아이는 요리해주는 딸 3 참고) 부침가루를 서로 코에 묻히며 깔깔대고 웃는다. 힐링이 별건가, 이게 바로 힐링이지.


4. 부침가루를 물에 풀어 잘 저어 준다.

5. 준비된 재료를 몽땅 넣고 신나게 저어준다.
오른쪽, 왼쪽 방향은 문제없다.
신나면 됐다.

첫 번째 뒤집기 시도는 실패!! 너무 크게 만들기도 했고, 처음이라 긴장한 탓인지 ‘ 한 번에 타~악 뒤집어!!’라고 하는 말과 동시에 반절로 쩌억 갈라진다. 당황한 아이의 표정을 찍어 뒀어야 하는데, 아쉽다. 긴장은 했지만 타~악 하고 잘 뒤집을 줄 알았나 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다음 것은 조금 작게 만들고, 더 익은 다음에 뒤집어 봐.”

“알았어, 엄마. 다음에는 할 수 있을까? 너무 긴장돼.”

“당연히 할 수 있지.”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해봐.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잘 기다려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두 번째 시도!! 반죽을 조금만 올리고, 조금 더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요리조리 기름을 잘 두른다. 그리고 뒤집개를 전 가운데까지 쑥 찔러 넣고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타~악 하고 뒤집는다. “엄마, 성공했어!! 와~ 나도 이제 뒤집을 수 있다!!” 한껏 신이 난 아이의 목소리가 가볍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긴장했다. 들뜬 아이의 목소리에 가슴을 쓰러내린다.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다.


6.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아이는 양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많이 해’라고 해도 처음이라 조심스럽다.

7. 달궈진 프라이팬에 반죽을 적당량 올린다.
아이는 뒤집는 게 서툴기 때문에 조금씩 올려 귀엽게 만드는 것도 tip!!

8. 한쪽이 익었다 싶으면 뒤집는다.
망설이면 도중에 힘이 들어가 전이 찢어진다.

9. 아이와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요리를 하면서 기다리는 기술을 익히는 것 같다.
때가 되어야 일이 된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배운다.


드디어 “조회수 3000 돌파” 기념 파티를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요리는 재료 손질하는 것부터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두배는 더 소요된다. 하지만 그 시간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는 것 같다.


가족이 음식 앞에 둘러앉아
서로의 일을 기뻐하며 축하하는 순간에
파랑새는 우리와 함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브런치

#조회수3000돌파

#브런치요정

#야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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