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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14. 2020

요리해주는 딸 3

알뜰한 엄마와 딸!! 자몽청을 만들어 자몽에이드를 집에서 마시자!

소확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씁쓸하면서 달큼하기도한 시원한 자몽에이드가 요즘 나의 소확행이다. 어느날 가족과 함께 가을 여행을 하는 동안 이녀석이 마시고 싶어졌다. 높고 푸른 하늘에 구름은 제각각 액자 안 그럴싸한 작품처럼 제모양을 바꾼다. 손가락 사이를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같이 놀자며 가지린다. 뒷죄석에 남매는 조잘조잘 할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자몽에이드의 맛을 더 풍성하게 한다. 마치 한 모금의 자몽에이드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한 것 같다. 나는 이제 가을의 높은 하늘을 보면 바람이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칠 때도 아이들이 싱그럽게 조잘대 대는 동안에도 “자몽에이드”를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이 녀석은 나에게 가을과 함께 다가 왔다.



- 엄마, 우리 엄가 좋아하는 자몽청 만들어보자. 엄마, 자몽에이드 좋아하잖아.
- 자몽청?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그럼 방법을 찾아 볼까?
.
.
.

-이렇게 하면 되는 구나. 그래도 처음이니까, 두 개만 사서 하나씩 만들어 보자.
-알았어. 아마 엄마가 만든 것보다 내가 만든 것이 더 맛있을껄?


집근처 마트에 둘이 가서 장을 봤다. 정말 자몽 2개만 샀다. 딸아이랑 둘이 동네 마트에 간적이 있었나? 잘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마트에 가는 동안 손을 꼭잡고 앞뒤로 신나게 흔들며 걸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BTS노래도 흥얼거려본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때는 심심해 하더니 요리를 하면서 할일이 생겨 좋은가 보다. 코로나시대 밖에도  나가고 집에서만 심심했을 아이가 요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반갑고 기분좋다.



자몽청 재료 (재료라고 따로쓰기도 민망함.)

자몽 2개 - 딸아이꺼 그리고 내꺼
흰설탕 -자몽과 1:1 비율로 적당히



자몽을 깨끗이 씻는게 중요하다고 해서 과일 세척제로도 한 번 씻고, 소금으로도 한 번 문질러 주고, 뜨거운 물로 소독도 했다. 그런데 어차피 까서 알맹이만 쓰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씻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아시는 분은 이유를 알려주세요^^) 그럼에도 열심히 씻어 준비 완료!!


1. 자몽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껍질이 이렇게 두꺼울 줄이야.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씩 해볼걸그랬다. 자몽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빼내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껍질을 벗기며 딸아이와 나는 서로 자신이 더 깔끔하게 잘 까는 것 같다고 우겨댔다. 꼭, 아이와 소꿉놀이를 하는 것같다. 30년도 더 된 내 어린시절을 강제 소환 중이다.

엄마 어렸을 때는
소꿉놀이를 흙을 퍼다가 했어.

정말?
엄마 조선시대에 살았어?


순간 나는 조선시대 아이가 되어버렸다. 아이에게는 흙으로 소꿉놀이 하면 조선 시대 사람같은가보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날줄 모른다. 자몽껍질을 까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줄 알았다면 진작 자몽청을 담글걸 그랬다.



2. 자몽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골라낸다.

이과정에 아와 대화를 하면
대화가 끝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람!!


탱글탱글 자몽 알맹이가 먹음직 스럽다. 그럼에도 “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더 맛있는 자몽에이드를 위에 몰래 집어 먹는 행위는 접어두기로 한다.


비록 양은 적지만 직접 자몽청을 만들어 보니 정말 뿌듯하다. 이런 기분에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구나. 아직 너무나 미숙한 나와 딸이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함께 요리를 하면서 삶의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 같다. 잊고 있던 순수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고, 아이와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고, 아이는 휴대폰 없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 방치되어 있던 요리책의 먼지를 털고 한장한장 넘기며 다음에는 어떤 요리를 할지 설레는 시간이 좋다.


3. 자몽과 설탕을 1:1 비율로 잘 섞어준다.

4.설탕으로 자몽청 위롤 덮고 뚜껑을 닫는다.

5.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린다.
(주로 2~3일 정도 지나면 다 녹는다고 한다.)
6. 기다려! 여기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다.



주의!!

너무 맛있다고 하루에 다 먹지 않는다.
2개월 안에 다 먹는다. (이틀 안에 다 먹어버리겠지만..)
생각보다 알맹이가 적을 수 있으니 조금 여유있게 자몽을 구입한다.
아이와의 수다가 끝나지 않을 수 있으니 넉넉한 시간을 확보한다.
아이와의 시간이 너무 좋아 심장이가 사정 없이 뛸 수 있으니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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