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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20. 2020

요리해주는 딸 6 - 달걀말이

엄마의 도시락을 소환시키는 계란말이

라떼는 말이야~
도시락을 두 개씩 싸서
학교에 갔단 말이쥐.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났다. 감은 눈꺼풀이 천근만근 떠지지가 않지만 ‘탁탁탁탁’ 엄마가 도마 위에 뭔가를 써는 소리와 ‘투닥투닥’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듣기 좋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보다 더 눈부신 나의 10대는 도시락이 함께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두 개의 도시락 들고 다녔다. 김치 국물이 새기라고 하면 낭패다. 고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다녀서 특히 반찬에 신경을 썼다.


엄마, 김치 싸지 말랬잖아!!
왜? 샜어?
아, 몰라. 창피해 죽겠어.
문... “쾅”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아침잠도 못 자고 일어나 힘들게 싸준 도시락을 고맙다고는 못 해도 그렇게 짜증만 부렸으니 말이다. 어디 이렇게 짜증만 부렸겠는가.


엄마 오늘 도시락 반찬 뭐야?
김치, 조림, 계란말이, 김, 소시지!! 왜??
또?? 다른 것 좀 싸주면 안 돼? 이제 지겨워~
네가 도시락 네 개씩 싸 봐 (내꺼 두 개, 동생들거 한 개씩) 엄마도 힘들어~

매일 도시락 네 개를 준비하는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힘들게 싸줘도 투정을 부리는 첫 째딸을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품어 이렇게 키우셨을까? 아무리 투정을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엄마 계란말이의 크기다. 늘 우리는 ‘엄마 계란말이는 세상에서 제일 크고 맛있을 거야.’라며 쌍 따봉을 올렸다. 도시락에 일주일에 한 번은 등장하는 녀석이지만 언제나 도시락 뚜껑을 열면 아이들은 ‘우~와’라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어주었다.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해주시던 달걀말이를 이제 딸아이가 해준다고 한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일단, 엄마한테 전화부터 해야겠다. 그때 미안했다고, 정말 철이 없었다고 그리고 오늘은 앵두가 계란말이를 해준다고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해야겠다.



우선 밥을 한다.

앵두가 밥을 할 때는 주로 흰밥이다. 녀석은 잡곡밥은 맛이 없다고 흰밥을 한다.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앟는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야무지게 씻고 정수기 물로 다시 한번 헹구고 밥을 하는 센스까지 갖춘 요리요정 앵두다.


* 야채 계란말이 재료

당근, 양파, 호박, 적당히
달걀
소금 설탕 약간
게란말이용프라이팬 과 뒤집개


몇 번 해봤다고 이제 칼 잡는 것이 조금은 익숙하다. 야채를 자르는 건지 토막을 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재밌다. 잠깐 딴짓을 하고 있는데 글쎄 ‘탁탁탁탁’  우리엄마가 냈던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봤더니 나를 놀리려고 야채는 안 썰고 도마만 치고 있었다. 놀라는 내 표정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양파를 썰 때는 코를 집게로 막고 손이 매울 수도 있다며 한 손으로 토막을 낸다. 유난스럽기는 꼭 나를 닮은 것 같다.


1. 재료를 정육면체로 이쁘게 썰어준다. ㅋ
정육면체면 어떻고 구각형이면 어떤가
앵두 말에 의하면 섞으면 모른단다.

그럼에도 너무 크면 달걀이 빨리 익기 때문에
익지 않은 야채를 먹을 수 있으니 크기는 입맛대로 할 것!!


아무래도 아이들은 야채 달걀말이보다 스팸 달걀말이를 더 좋아할 것이다. 스팸을 자르며 흥분하는 앵두의 모습을 찍어 오래 두고 보고 싶었지만 사춘기 딸아이의 초상권도 있으니 참아보자. 앵두가 칼 쓰는 것이 아직은 서툴러서 스팸 두께가 다르다. 역시 스팸이 두꺼운 쪽이 더 맛있고 인기도 많다. 언제쯤 가공식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2. 달걀을 껍질이 들어가지 않게 깬다.
야채 계란말이를 위해 7개
스팸 계란말이를 위해 7개

너무 많은 것 같다구요?
뭘 걱정하세요.
걱정, 넣어둬!!
내일 또 해 먹으면 되니까요.


냉장고에 달걀이 너무 많아구요? 뭘, 고민하세요. 몽땅 꺼내서 계란말이 하세요. 전에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 거처럼 대왕 계란말이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우~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오늘 저녁 계란말이 콜?


3. 깨 놓은 달걀에 썰어 놓은 야채를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담아 주세요.

4. 설탕과 소금을 적당량 넣어주세요.
5. 달걀과 야채를 잘 섞어주세요.
엉덩이까지 신나게 흔들어주면 요리가 더 신나요^^

6.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키친타올로 기름을 골고루 펴 발라주세요.


유튜브 선생님께서 앵두에게 미리 예습을 시켜 주셔서 프라이팬에 오일을 골고루 묻히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더라고요. 모르는 게 없는 우리 앵두. 엄마는 앵두만 믿고 간다.


7. 프라이팬을 달군 후 약한 불로 하고
준비해 놓은 재료를 프라이팬에 올린다.
조금씩 천천히..

8. 뒤집개와 젓가락을 사용해서 과감하게 뒤집는다.
젓가락으로 잘 받쳐주면 뒤집기가 편하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앵두도 뒤집기를 걱정하는 눈빛이다. 달걀말이는 조금 찢어져도 한 번 더 말면 안 보이니까 그냥 해보라고 용기를 줬다. 표정이 살짝 바뀐 것 같다. 여전히 긴장은 하고 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처음 뒤집을 때 조금 뜯어졌다. 그래서 얼른 달걀을 한 국자 더 올렸다. 이 번에는 젓가락을 사용했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단숨에 뒤집기 시도 그리고 성공!! 누가 보면 요리대회에서 1등이라도 한 줄 알겠다. 그러면 어떤가, 우리 아이가 계란말이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지금 이 것보다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길 것!!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 온몸의 세포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Carpe Diiem!!



스팸 계란말이
계란이 어느 정도 익으면
적당한 두께로 자른 스팸을 넣고
야채 계란말이를 하듯 돌돌 말아준다.

스팸 계란말이는
스팸이 있는 상태로 뒤집어야 하므로
처음 뒤집는 것만
엄마가 도와주면 좋다.


9. 완성된 계란말이를 조금 식힌다.
바로 자르면 계란말이가 잘 안 잘린다.

10. 어느 정도 식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두꺼운 것은 오빠꺼!
얇고 귀여운 것은 앵두꺼



삶의 어느 시기에서든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의 추억이 된다.
그러니 되도록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단지, 사진으로만 찍지 말고
마음으로 추억을 찍자.

우리는 무엇인가가 추억되기 전까지
절대, 그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추억이 가득한 삶을 살자.
그리고 언젠가 아이의 기억 속에서
추억될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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