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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Dec 14. 2020

요리해주는 딸 7 - 떡볶이

AM 7 : 30 맥주를 부르는 아침식사.

우리 앵두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바로 바로바로~~
떡. 볶. 이


고등학교 때 학교 앞은 아니고 나름 시내인 객사에는 “옴시롱 감시롱”이라는 떡볶이집이 있었다. 장소는 정말 허름하고 비좁았다. 그럼에도 떡볶이집엔 항상 불이 났다. 주인아주머니는 사계절 반팔 옷을 입으시고 이마에는 손수건을 동여매고 걸걸한 목소리고 주문을 받고 떡볶이를 만드셨다. 지금도 입에서 침이 돈다. “옴시롱 감시롱” 떡볶이는 우선 떡이 두껍고 쫀득쫀득하다. 떡이 두꺼우면 양념이 잘 베지 않아 맹맹한 맛이 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마지막까지 매콤 달콤한 떡볶이 맛은 일품이다. 한창 즉석떡볶이가 유행일 때도 나와 우리 무리는 “옹. 감”을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려 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정말이다. 이것은 믿어줘야 한다.) 결국 즉석떡볶이의 유혹에 넘어가 버리는 변절자가 되긴 했지만 곧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대학교 때는 타지에서 온 친구들에게 그 떡볶이집을 소개해주는 가이드가 되어 떡볶이를 끊임없이 예찬했다.


이아이가 내 아이가 맞나 보다. 오히려 한 수 위다. 나보다 더 떡볶이를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라니.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나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 역시 다섯 손가락 안에 떡볶이를 꼽는다.


아침에 일어나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나와서 하는 말이 “엄마, 떡볶이 만들어 먹자.”였다. 밤에 떡볶이 먹는 꿈을 꾼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침부터 떡볶이가 먹고 싶을 수 있지? 역시 이 녀석은 보통 녀석이 아니다. 나보다 한 수 위다. 아이는 눈을 비비며 냉장고 문을 연다. “엄마, 있는 거 대충 넣고 만들어 먹자.” 이렇게 우린 아침 7시에 떡볶이를 만든다.



먼저 달걀부터 삶는다.
앵두는 떡볶이에 달걀이 들어간 걸 좋아한다.
먹다가 달걀을 반으로 갈라서
노른자를 떡볶이 양념과 섞어 먹으면
그 맛이 또 최고다.
달걀이 더 높은 온도에서 더 빨리 익을 수 있도록
소금을 좀 넣어준다.


떡은 물에 한 번 씻은 후, 물에 불린다.
그사이 집에 남아있는 어묵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앵두는 떡볶이 안에 든 어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먹기 좋은 크기로 어묵을 자르는 것은 엄마와 오빠를 위해서다. 평소엔 깍쟁이 같은 아가씨가 요리할 때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진다. 아직도 봉숭아 물이 남아 있는 손이 더 앙증맞고 귀엽다. 저 쬐그만 손으로 요리를 한다고 제법 요리사처럼 군다. 얼마나 잔심부름을 시키는지 모른다. 어쩌겠는가 요리는 내가 하수니까.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해야 떡볶이 얻어 먹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지.


고추장, 간장(으~잉? 간장이 필요하다고?)
물엿, 설탕, 고춧가루, 후추

이 녀석은 대충대충 넣는다.
몇 T스푼, 한 큰 술..
이런 말을 해야 좀 더 전문적인데..
좀 더 멋지게 쓰고 싶은 엄마 맘도 모르고..



짜잔~ 이렇게 앵두식 양념장이 완성되었다. 손가락으로 콕 찍어먹어 보고  “와우, 나름 느낌 있다.” 이 말에 앵두 입꼬리가 올라간다. 칭찬은 앵두를 요리하게 한다. 내가 먹고사는 방식이기도 한다. 엄지 “척”은 앵두에게 주는 뽀너스~


그 새 다 익은 달걀을 얼른 찬물에 담근다.
그 이유는 나도 안다.^^v
바로바로 바로
껍데기가 잘 까지게 하기 위해서다.
저 매끈하게 잘 까진 달걀 좀 보세요.


여기서 잠깐!!
달걀을 삶은 후 바로 찬물에 담그는 이유는?
달걀을 삶으면 계란 내부에 있는 수분이 열을 받아 팽창하게 되죠. 그 상태로 바로 찬물에 담가 식히면 팽창된 수분이 응결(수증기가 물이 되는 현상)해서 속껍질 막과 흰자 사이에 수분이 맺히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수분이 맺히게 되면, 달걀 껍데기와 흰자가 쉽게 분리된다는 사실!!
물이 끓기도 전에 양념장부터
넣어버리는 급한 성격.
저를 닮아 참, 기특합니다.

집에 준비된 재료가 없어
정말 떡과 어묵만 넣고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달걀을 넣고 조금 더
휘~휘~
저어주면
떡볶이 만들기 끝!!


학교에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다. 그런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작은 천사들이 한없이 감사하고 예쁘다. 아침으로 떡볶이를 먹었으니 점심은 또 뭘 해 먹지? 삶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를 터득했다.  우선, 좋아하는 음식을 때와 상관없이 먹고 싶을 때 먹는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먹고 난 다음에는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이 패턴이 계속되면 우울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삶의 지혜를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와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깨우친다.

아침에 앵두가
눈 비비고 일어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
시간 상관없이 떡볶이를
한 것처럼..
딸이지만 존경스럽다.(진심이다)


참고사항.

아침이라고 너무 조금 하면 안 된다.
나는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먹으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침이라고 식욕이 없을 거라는 착각은 강아지에게  양보하세요.

냉장고를 열어보고 아무것도 없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요리는 하기 나름이고 과정이 80%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요리는 언제나 정답!!
맛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 다 아시면서^^

#아이와함께하는요리

#집에서하는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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