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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Jul 29. 2021

요리 해주는 딸 - 닭볶음탕

바쁜 앵두가 이제야 시간을 내줬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여름 방학을 하고 시간이 좀 생겼을 때 요리를 추진했다. 어떤 요리를 할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닭볶음탕으로 결정했다.


더운 여름 몸보신 용으로 딱인 요리. 시작하자 앵두야!!


우선 집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어머님께서 농사지어서 주신 양파, 대파가 있고 엄마가 갈아주신 마늘이 있다. 지인에게 받은 감자가 있다. 당근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부족한 것 같아 당근은 구입하기로 한다.


집에 있는 재료를 확인한 후 앵두와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집을 뒤로하고 마트로 향한다. 여름 하늘은 푸르고 뭉게구름은 하늘을 도화지 삼아 모양을 바꾸며 쉼 없는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다.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겠지만 자비를 모르는 여름의 오후다. 그 무자비함을 이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요리에 대한 우리 모녀의 집념과 열정이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절로 눈이 감긴다. 에어컨 바람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조금만 더 밖에 있었다면 앵두와 내가 먼저 강한 햇빛에 요리되어 익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몸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며 장바구니를 든다.


닭볶음탕용 닭을 한 팩 집어 든다. 그리고 묶음으로 된 당근 2 개를 장바구니에 넣고 앵두가 좋아하는 알맹이가 씹히는 음료와 닭볶음탕과 함께 마실 소주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더워서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없어 바로 띡, 띡, 띡 계산을 한다.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둘이니까 재미있게 돌아갈 수 있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을 함께라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딸아이가 있어 함께 요리를 하고 무더운 여름 오후 아스팔트 길을 걷기도 한다. 혼자서는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둘이 함께하니 할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진짜 요리 시작이다. 앵두의 요리는 언제나 앵두 마음 가는 대로다. 그러니 그냥 앵두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어설픈 토를 달았다가는 어떤 음식도 맛볼 수 없으니 되도록 칭찬과 격려하는 마음 장착한다.




1. 재료를 씻는다.



1. 청결을 위해 꼼꼼히 손을 씻는다.
2. 큼직한 양파 1개를 깐다. 눈이 맵다며 눈을 대신 비벼달라는 앵두가 귀엽다.
3. 감자칼로 감자 껍질도 벗긴다. 지인에게 받은 감자가 색깔 때문인지 꼭 고구마 같다.
4. 색깔이 예쁜 당근도 깨끗이 씻어준다.
5. 할머니가 농사 지어 보내주신 대파도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청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앵두는 씻은 재료를 씻고 또 씻고 3번을 더 씻었다.

- “앵두야, 그러다 다 없어지겠다.”

-“엄마, 요리는 정성이야.”

할 말이 없다. 하여튼 말로는 이길 수가 없다.



2. 재료 손질을 한다.



1. 당근은 요리조리 썰어준다. 유튜브에서 그렇게 써는 것을 봤단다.
2. 감자는 단단해서 앵두가 칼질하기엔 부담이 있었지만 천천히 해냈다.
3. 양파 자르기. 엄마랑 아빠는 양파를 좋아하니까 반절은 크게 오빠랑 자기는 작게 썰어주는 쎈쑤!!
4. 파 썰기. 가운데를 쭈~욱 갈라주고 적당히 잘라준다.


이렇게 재료가 다 손질되었다.



덧) 단호박은 집에 있길래 추가해 봤다. 씹는 식감도 좋고 맛도 있다. 혹시 닭볶음탕을 해 드시려거든 꼭!! 단호박을 추가해 보시길.. 후회는 없어 그냥 해~(펭수 버전)


요리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칼질이 서툰 아이는 재료를 손질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만해, 엄마가 할게. 시간이 너무 걸린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순간의 실수로 평생 즐길 수 있는 행복을 놓칠 수도 있다. 무조건 칭찬으로 앵두 요리 인생에 용기 두 수픈 추가해준다. 다 썰어 놓은 재료를 보고 뿌듯해하는 뽕들어간 녀석의 어깨가 내려올 줄 모른다.


3. 닭 먼저 삶아 내기.


꼭!! 닭을 한 번 끓여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국룰이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무조건 한 번 끓여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토 달지 않고 끓는 물에 3분간 끓여냈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삶은 닭을 이쁘게 씻어준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도 걸어본다.


4. 양념하기.




1. 냄비에 삶은 닭과 썰어 놓은 재료들을 넣고 적당량의 물을 넣아준다. (앵두 말에 의하면 재료가 잠겨야 한단다.)
2.. 흑설탕을 툭툭 털어 넣는다. ( 밥 숟가락으로 약 3~4 스푼 정도 되는 것 같다.)
3. 할머니가 주신 매실액을 한 바퀴 휘~~ 익 돌려 넣는다.
4. 진간장 한 바퀴 돌리고 조금 더 넣는다.
5. 고춧가루 촤~악 촤~악 6번 정도 넣었다.
6. 할머니가 갈아주셔서 곱진 않지만 제 역할에 충실한 마늘을 사정없이 넣는다.


5. 기다리는 것!! 이제부터는 인내가 필요하다.


중간 불로 놓고 타이머 15 맞추고 TV 켠다. 올림픽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축구.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기고 있는데 우리가 페널티킥을 차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나를 앞에 놓고 마주   선수의 마음이 어떨까? 막아야 하는 골키퍼 넣어야 하는 선수.  두려움 앞에 당당히 서서,   있다 주문을 거는  선수가 그동안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땀을 흘리며 노력했을지 느낄  있었다.  긴장감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마음속으로  선수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 안의 또 진짜 속마음은 우리나라 선수가 골을 넣고 멋지게 세리머니 해주길 바랐다.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타이머가 울린다.

앵두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후다닥 일어났다.


6. 간 보기.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단맛이 덜한 것 같아 설탕을 조금 더 넣고,
색깔이 조금 연한 것 같아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었다.
조금 싱거운 것 같아 소금도 좀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2~3분 더 끓여준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닭볶음탕 냄새가 위를 자극한다.

꼬르륵꼬르륵.

보글보글 꼬르륵꼬르륵.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앵두야, 먹자!!!

남편은 8월에 있는 자격증 시험공부하러 스터디 카페에 갔고 아들은 수학 학원에 갔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앵두와 나 둘이서 먹기로 한다. 앵두가 함께 있어 혼자 따라 마시는 소주도 외롭지 않다.


덧) 반찬은 위에서부터 어머님께서 해주신 매실 장아찌 무침, 지인이 만들어 주신 열무김치(다음엔 열무 요놈으로 열무 국수 해 먹어야겠다.),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드라마 보시며 깐 고구마순으로 담근 고구마순 김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둘러앉아 먹는 것이 인생이고 행복이다.

#삶은즐거워야한다. #요리 #닭볶음탕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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