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자도 되는 주말 아침.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남편에게
“오빠 맥모닝 먹고 싶어.”
별 기대 없이 질러 봤다.
“아이스커피에 해시브라운 추가?”
그렇게 남편은 맥모닝을 사러 떠났다.
그리고
진짜 내 것만 사 왔다.
아이들 것도 안 사 오고 자기 것도 안 사 오고
내 것만 사 왔다.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나 혼자 맥모닝 먹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한다.
어색한 웃음^^;
“오늘 엄마가 너무 피곤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어쩌지?
모닝빵에 쨈 발라 먹을 래?”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는 해결사가 있다.
이쯤 되면 누군지 감이 올 것도 같은데..
“앵두”
“엄마, 그냥 내가 볶음밥 해 먹을게.”
역시 내가 딸을 잘 낳았어..
(진짜 꿈쩍도 하기 싫은 날이다.)
해시브라운을 오물거리며 아이스커피를 홀짝 거린다.
식탁에 앉아 앵두가 요리하는 것을 구경한다.
오늘 앵두가 만들 볶음밥은 바쁜 아침이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배가 고플 때 좋은 메뉴다.
준비물
대파, 달걀, 치킨스톡, 굴소스, 밥.
1. 파 기름 내기.
파 기름을 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대파를 깨끗이 씻어 반을 가르고 쫑쫑쫑 썰어준다. 이쁘게 썰린 것도 있고 잘 안 잘려 붙은 것도 있지만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그냥 둔다.
2. 달걀을 적당히 스크램블 해준다.
따로 하기 귀찮을 때는 이렇게 파를 한쪽으로 밀어 놓고 달걀 스크램블을 한다. 그냥 사정없이 저어주면 된다. 타지 않게 불은 중불로 조정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맥모닝을 이미 먹었지만 왠지 내가 볶음밥을 더 먹을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살이 안 찔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3. 밥을 넣고 치킨스톡과 굴소스를 적당량 넣는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요리다. 아이들은 이 간단한 요리에 열광하고 남편은 신이나 요리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언제나 옳은 길을 잘 찾아가는 남편과 아이들이 대견하다. “청출어람” 앵두가 하는 볶음밥이 아빠가 한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하면 남편은 앵두를 엄청 대견해하겠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족을 하나로 모으고 추억을 나누게 한다.
아빠는 아이를 위해 볶음밥을 하고
그 볶음밥을 맛있게 먹은 앵두는
아빠 음식을 전수받는다.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이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한다.
- 앙텔므 브리야 샤바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