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탐방 5

다섯 번째 독립서점 - 고창 < 책방해리 > <책마을해리 > ;고창여행

by 이작가


두 번째 방문한 <책마을해리, 책방해리>

1시간을 달려 찾아온 첫 번째 방문은 코로나 때문에 책방 문을 닫아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 서점을 두고 뒤돌아 오는 마음은 삼겹살을 다 구워 놓고 먹지 못하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심정만큼이나 참담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나!! 2박 3일 고창 여행을 계획했고 이번에는 <책마을해리, 책방해리>입성에 성공했다.


고창군 해리면 월봉마을에 위치한 <책마을해리, 책방해리>는 종이와 활자의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다. 이대건 지기님이 도축장이 될 뻔한 폐교를 2006년에 인수해 누구나 책을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책마을해리, 책방해리>에서는 “1인 1 책 구매”로 입장료를 대신한다. 서점에 들어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구입하면 입장 티켓을 확보한 것이다. 책 구매가 입장료 라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도축장이 될 뻔한 곳을 책마을로 만드는 기적을 일으키신 지기님의 독특한 안목으로 큐레이션 된 책방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지기님이 <책마을해리, 책방해리>를 설립한 이유가 있나요?

- 책방 해리는 책마을 해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책 만드는 마을, 책마을 해리에서 만들어진 책을 책 생태계 끝 독자와 만나게 하려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지난 2012년 첫 책으로부터 지금까지 320여 종의 책을 내었고 그 안에 책방 해리며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150여 종 정식 출판 책이 있어요. 물론 이 책 말고도 책방 해리 주인장(책마을 해리 안 버들눈 도서관 관장이기도 해요) 안목으로 큐레이션 한 눈 밝은 책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뒤에 물러 앉아
일이 일어기만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일을 만들어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지기님은 뒤로 물러나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가 일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지기님처럼 움직여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 내며 그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이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책마을해리, 책방해리>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 책마을 해리는 책으로 즐거운 세계예요. 종이 만들기부터 활자와 책 만드는 경험까지 무엇인가를 책의 바탕 이야기를 지어내 출판하는 경험 사이 많은 것들이 놓여있는 공간이에요. 이 공간에 앞서 만나는 통로가 바로 책방 해리예요. 책방 해리에서는 책마을 해리와 함께 읽고 쓰고 펴내는 <출판 캠프>, <출판 학교>를 비롯해, 읽기와 쓰기를 출판으로 연계하는 다양한 빛깔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어요.

시인 학교, 만화 학교, 출판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300권이 넘는 책이 만들어졌고 150권 정도가 정식 출간되었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에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학생들과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작가층도 다양하다. 지기님의 작은 날갯짓으로 마을은 책을 통해 생기를 얻었고 삶의 기쁨을 찾는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그 놀라운 변화를 보고 느끼기 위해 <책마을해리, 책방해리>를 찾는다. 지기님의 작은 날갯짓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지기님은 알고 계실까?


책마을 갤러리


복작거리고 풍성한 밭에서 허리 굽어 밭을 매던 마을 할머니들이 오랜만에 허리를 쭉 펴고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 어려운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먹고살기 힘들어 자신의 이름 석자조차 알지 못했다. 자식에게 온 편지를 직접 읽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부끄러운 얼굴로 해야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고 자식들에게 가난과 무식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굽은 허리를 더 바짝 조였다. 한 세상 굽이굽이 물 흐르듯 살다 보니 60,70이 다 되었다. 그 할머니들이 <해리 마을>에서 글과 그림으로 자신들의 삶을 그려낸다. 그 어떤 소설보다 절절하고, 신나고, 아프고, 행복하다. 많은 분들 중에서 고김선숙 어르신의 추모전이 “책마을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투박하지만 맑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그림이다. 방명록도 준비되어 있으니 가서 꼭, 김선숙 어르신께 해드리고 싶은 말을 전한다면 마음이 온돌처럼 천천히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고
현명한 삶은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는다.
-장 파울-


인생을 한 장 한 장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내셨을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할 때쯤이 되면 마을의 할머니들처럼 모여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마지막 장까지 삶을 천천히 잘 그려낼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책 숲 시간의 숲


책 25,000여 권에 둘러 쌓인 기분이란. 사방이 눈으로 덮이면, 눈이 소리까지 흡수해 진공상태처럼 말을 해도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이 곳에 들어서면 마치 그런 느낌이 든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깊은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책이 주는 압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책의 오묘한 냄새가 마음을 들뜨게도 차분하게도 했다. 우리의 도깨비 공유가 여기에서 에피그램 화보를 찍어서 더 유명해지기도 한 “책 숲 시간의 숲”이다. 돌에 귀여운 캐릭터 그림을 그려 장식한 것이 사랑스럽다. 코로나가 빨리 극복되어서 전처럼 이 공간에서 캠프도 하고, 강연도 하고, 여러 가지 행사들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쳤으면 좋겠다.


< 책마을해리, 책방해리> 만의 차별화 정책이 있나요?

- 책방으로만 기능하는 것을 넘어 책마을 해리라는 공간(사람, 활동)을 매개하는 역할이 일종의 차별화예요. 책마을 해리에서 피어내는 책문화생 태계의 마지막 단계, 유통부문이지만 공간으로는 책마을 해리로 들어오는 입구, 관문이기도 해요. 그렇게 놓여서 로컬의 책 공간과 이어가는 것이 어쩌면 차별화일지도요.

<책마을해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책방해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한 번은 장인어른을 만나 술 한 잔을 해야 하는 사위의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1인 1 책 구입”이 어쩌면 차별화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 중에서 구입할 책을 선택하는 일은 아직도 힘든 일이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들이 자신의 책을 신중히 생각해서 선택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책은 평생 기억에 남을 인생 책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인생 책을 갖는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도 같다. 평생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책마을 감옥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다 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책 감옥. 이런 감옥이라면 평생 갇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SNS 노예 생활을 잠시 청산하고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의 행복을 누려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드넓은 상상과 창조의 세계를 유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책마을 책 감옥을 통해 자신이 갇힌 세상의 감옥에서 한 걸음 걸어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충전하고 세상과 맞짱 뜰 비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과 맞짱 떠서 이기는 사람이 된다.


어떤 책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고 고른 책이다.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는 꼭 읽고 싶은 책 목록 상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책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소설이 읽고 싶어 진다. 풍부해진 감성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치가 높아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의 고통과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내가 조금 변태 같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좋다. 책이 주는 행복한 선택의 시간을 즐겨보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일거리처럼 읽은 책은
대부분 몸에 새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 사무엘 존슨 -



버들눈 도서관


아이들로 북적여야 할 도서관이 텅 비어 있다. 코로나가 세상의 풍경을 바꾸었다. 언컨 텍트(Uncontect)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나가면 좋을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유명 강사들의 강의가 유튜브에 계속 올라온다. 아무래도 앞으로 세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모양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종이책이다. 종이책이 주는 따뜻함과 냄새 그리고 느낌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립서점이 설자리를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책마을 해리, 책방 해리>처럼 개성 있고 특성 있는 콘텐츠를 내세운다면 분명 종이책의 미래와 독립서점의 안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마을해리, 책방해리> 지기님의 꿈이 있나요?

- 책마을 해리가 10년(좀 더 길게 보면 15년)째 만들어지고 있어요. 많은 책 친구들의 품이 모여서예요. 그래서 입장료 대신, 모두에게 한 권 '책마을 해리에서 인생 책을 만나세요' 캠페인을 벌이고 어린 친구들도 스스로 책을 고르고 사보는 조금 낯선 경험을 하도록 슬쩍 유도하고 있어요. 그 경험이 두고두고 작용하면서 우리 책 생태계를 건강하게 할 테니까요.

책방 해리에도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도서정가제를 통해 책 생태계가 살아가도록> 해 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내걸었어요. 간절한 일이니까요. 만약 도서정가제가 개악된다면 책방 해리며 책마을 해리 공간 문을 닫으려 했어요. 이 애매한 유사 도서정가제도 하나 지키지 못하는 우리에게 책 공간은 또 무슨 소용일까, 생각에서예요.

꿈이라면, 우리나라 곳곳에 작은 책방, 동네책방, 독립서점들이 제각각 빛깔로 생태계를 건강하게 이루는 '십자매'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도서정가제를 통한 책 생태계가 잘 순환되길 바라는 마음은 책을 좋아하고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독립서점 어디를 가나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책방 지기님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정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 의지가 그만큼 부족할 뿐이다. 이것저것 재고,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다가는 어떤 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관심을 가질 때 사회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책이 숨 쉴 수 있게 그리고 그 숲을 지키고 있는 지기님들이 허리 펴고 웃을 수 있게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일어나라 책의 정령들이여! 일어나라 챙의 용사들이여!!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예쁜 곳이다. 책 한 권의 입장료가 결코 아깝지 않은 곳. 각각의 독립서점이 제 빛을 내며 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꿈이라는 지기님이 함께하는 곳, 구름이( 마당에 엎드려 있는 개 이름)이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곳. 그리고 우리가 지켜내야 할 곳.


<책마을 해리>의 또 다른 즐거움의 공간 허클베리핀이 생각나는 ‘트리하우스’다. 숲 속의 나무집처럼 큰 나무 위에 지어진 트리하우스에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 누구나 꿈꿔봤을 공간 나무집.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 할 것 같은 공간이다. 조용히 앉아 바람을 느끼고 햇빛을 느끼고 자연의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도 인스타그램 인싸가 될 수 있다. 멋진 사진으로 인스타그램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는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우리는 그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맞설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 지금까지 수세기를 걸쳐 우리는 각 종 재난 앞에 섰고, 그 재난에 굴복하지 않고 잘 견디며 오히려 문명을 발전시켰다. 앎의 즐거움과 깨달음의 행복을 맛본 사람은 어떤 장애물이 방해해도 일어설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책을 통해 세상의 기쁨을 누리고 흔들리더라도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 주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연인의 손을 잡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때론 혼자서 책방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 보자. 책방지기님들이 따뜻한 미소와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책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바라볼 수 있는 밝은 눈을 획득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오뚝이 정신을 장착할 수 있다. 책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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