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독립서점 - 전주 < #소소당 > 그림책 여행
골목 하나를 지나고 또 하나의 골목을 지난 주택가에 수줍게 걸려 있는 <소소당> 간판이 눈밭에 오들오들 떨며 세상을 밝히는 노오란 민들레꽃 같다. 곧 도착할 것이라고 지기님께 미리 전화를 드렸더니 문 앞에 마중 나와 정답게 맞아주신다. 지기님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유쾌함과 밝음이 오로라처럼 하늘 거렸다. 지기님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동화책 속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앙증맞게 큐레이션 된 <소소당>에 벌서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삭막하기만 했던 골목길에 꽃을 심고 벤치를 내어 놓고 노오란 불빛으로 마을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따뜻한 조명에 홀린 듯 들어선 책방에는 조명의 따스함 보다 더 따뜻한 미소로 반기는 지기님이 있다.
<소소당>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 공자가 말한 나이 ‘50세’ 지천명쯤 되어보니 지나온 시간들은 타인에 의해서, 타인을 위해서 일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즐기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방 문을 열었어요.
삶은 혼자서만 살 수는 없다. 누군가의 믿음과 칭찬 그리고 타인의 기대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인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자신을 잃기 쉽다.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궁궐에 있을 때조차 자신을 잃었던 시간이라고 고백했다. 유배지에서 글을 읽고 쓰며 비로소 자신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지기님은 지금 자신을 얼마큼 찾았을까? 지기님의 표정을 보면 벌써 자신을 마주하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있는 것도 같다.
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마음이 설렌다. 작은 소품 하나로 책방을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노란 책방의 조명과 빨간 크리스마스 책이 기분 좋다. 무심한 듯 담겨진 무화과는 또 어떠한가. 깊은 가을을 말하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는 소품 아닌가? 책방에 대한 기분 좋은 느낌이 하나 더 추가된다.
<소소당>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 골목 상권을 부활시키는 것입니다. 책을 통하여 연대하고 책을 통하여 서로 공유하고, 그 연대와 공유를 통해 나 혼다 잘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사는 삶을 살고 싶어서 동네 골목 주민들의 취미 생활 참여와 동네 골목 상권 위원회 하기와 같은 일을 해요. 예를 들어 서로 가게를 소개해주는거예요. 맛집 소개, 새로 오픈 한 가게 소개, 이색적인 가게 소개로 함께 성장하는 골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골목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상인분들과 지기님의 연대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더 아름다운 골목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책방을 방문한 나에게도 골목 귀퉁이를 지나면 맛있는 올갱이 칼국수집이 있다고 소개해 주셨다. 이미 선약이 있어 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골목 토박이가 소개해준 음식점이라면 왠지 믿음이 가는 맛일 것 같다. 서로가 경쟁상대가 아닌 이웃이고 친구인 동네, 서로 의지하며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동네 위로 보이지 않는 무지개가 떠 있을 듯하다.
<소소당>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요?
- 다양성 추구!!
책만 판매하는 책방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는 살롱처럼 그림책을 통하여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책모임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어요. 갤러리처럼 그림 전시회도 하여 관람할 수 있게 하고, 그림책 원화전과 같이 책방지기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책과 연결하여 굿즈 상품도 판매하고 있어요. 다양한 작가들의 북 토크와 그림을 배우는 화실처럼 그리고 영화를 보는 영화관처럼 멀티플레이를 하는 책방이 되는 거예요. 책방의 변화는 무죄!! 책방의 다양성과 기상천외한 발상을 추구하 것이 차별화 전략이에요.
책방의 모든 면이 마치 갤러리 같다. 지기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액자를 만들어 전시도 하고 그림책 속의 그림을 그려 함께 큐레이션 했다. 그림책을 소설책과 연관 짓고 그림책을 에세이와 연관 짓는다. 지기님을 그림책과 어울리는 소설책을 소개하고 그림책과 비슷한 내용의 에세이를 소개해 준다. 지기님은 책방의 모든 책을 속속들이 다 알고 누구에게 어떤 책을 소개해 줘야 할지를 알고 있는 듯했다. 많은 작가님을 초청해 강연회도 하고 사인회도 하고 함께 만들기도 하고 영상도 보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기자기 사랑스러운 굿즈들도 있다.
그대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 마하트마 간디 -
지기님은 하고 싶어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해 충실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즐겁고 신나게 책방을 운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책을 읽고 그것을 혼자만 아는 것이 아라 모두와 공유하며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지기님의 유쾌함이 어디서 왔는지 알겠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방을 방문했을 때 꼬마 손님 가족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지기님은 끊임없이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책을 소개해 주셨다. 요즘 어떤 책을 읽는지 물어보고 그와 비슷한 수준의 책을 소개하 주거나 내용이 완전 다른 책도 소개해 주셨다. 엄마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도 함께 소개해 주셔서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았다. 여러 권의 그림책과 소설책 그리고 동화책을 한 아름 안고 좋아하던 꼬맹이 표정이 생각난다.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좋아할 나이에 서점에 와서 좋아하는 책을 들고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종이책의 미래를 봤다. 책을 구입하고 돌아서는 이들에게 인증사진도 찍고 가라고 권하시는 지기님이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알려주고 “하나, 둘, 셋 소소당~”하라고 했다. 어색한 포즈로 사진을 찍던 가족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맞아, 동네 책방은 이런거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렁이는 기분이 좋았다.
<소소당> 지기님의 꿈이 있다면요?
- 외국처럼 100년 200년된 골목 동네 책방이 되는 것이에요. 동네 마실 나가서 책 한 권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몸에 배었으면 좋겠어요. 책은 공부만 하는 범생이나 책을 사랑하는 책벌레만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서점에 들러서 이책저책 골라보고 구입하면 좋겠어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키듯이 책도 부담 없이 한 권 사서 읽으면 좋겠어요. 서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작가와 함께 밤새도록 차 마시며 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책방 문화를 갖게 하는 게 꿈이에요.
영화 유브 갓 메일이나 노팅힐을 보면 주인공들이 서점을 운영한다. 어쩜 그렇게 우아하고 멋진지 모른다. 나도 언젠가 맥 라이언처럼 서점지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한 대형서점이 동네에 생기면서 오랜 시간 동네를 지켜왔던 그림책 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긴 하지만 동네 귀퉁이에 자리한 책방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자란 엄마 아빠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와 함께 듣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전주에서는 <소소당>이 아마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소소당>에서 귀하게 모셔온 책이다. <소소당>이 골목을 환하게 지키고 서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등대 같은 역할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등대 같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될 수는 없지만 별처럼 누군가에게 길을 비춰줄 수 있는 <소소당>이 된다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지기님의 유쾌한 책 소개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서점 방문 시 1인 1 책 구매가 당연한 독립서점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독립서점 들러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인플루언서들이 많다고 한다. 진정한 인플루언서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지기님은 살 책이 없다면 차라도 한 잔 드시고 가라고 유도한다고 한다. 독립서점들의 사정을 알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왜 꼭 책을 사야 하냐’고 따져 묻기도 한다고 하셨다.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점만의 개성도 있어야 겠고, 지기님이 더 열심히 굿즈도 만들고 홍보도 해야겠지만 1인1책 구매와 같은 도움도 필요하다. 동네 작은 책방이 어쩌면 우리 종이책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20년 후에,
당신은 해서 후회할 일보다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러니 당장 밧줄을 던져 버리십시오.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나 멀리 항해하십시오.
무역풍을 타고 나가십시오.
꿈을 꾸고 탐험하고, 발견하세요.
- 마크 트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