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의 작은 숲
도서관에 가는 일은 나의 소중한 일상 중 하나다. 읽을 책이 책상에 탑처럼 쌓여있어도 상관없다. 빌려온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반납일자가 되어 반납하는 책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욕심껏 빌린 책을 악착같이 읽어 내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많은 책을 읽어내는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오만은 오래가지 못했다. 밤잠을 못 자고 읽었고 쉬지 않고 읽었다. 불쌍한 나의 뇌는 쉴 새가 없었다.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이쁘게 잘 정리를 해 놔야 할터인데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뇌도 지치고 몸도 지쳤다. 그리고 마음도 지쳐갔다.
책 읽기 번아웃 상태가 되자, 책을 읽는 것이 즐겁지 않고 책 리뷰를 쓰려고 하면 어떤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버티려고 하니 몸도 마음도 점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버티려는 마음과 버티지 못하는 몸이 싸우다가 몸이 지고 말았다. 번아웃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다가 그만 병이 난 것이다.
한 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그냥 멍한 상태로 나를 내버려 두었다. 먹고 자고 일하고 기본적인 일만 겨우겨우 했다. 개수대에 설거지 거리는 넘쳐나고 건조기에 분류하지 않고 넣은 빨래는 쪼그라들어 거실 한쪽을 차지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먹여 등교를 시키고 나면 어김없이 이불속으로 몸을 숨긴다.
그럼에도 빼놓지 않는 일이 있다. 동네 작은 도서관 방문하기. 그것까지 놓아버리면 나 자신이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일하러 가기 전에 30분씩 짧게 들러서 그림책도 보고 동화책도 보고 잡지도 읽고 간단한 에세이도 읽었다. 그렇게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생각들이 꽁꽁 언 흙을 뚫고 나오는 여린 새싹처럼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어린 새싹 같은 좋은 생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꽝꽝 얼어버린 마음에 힘겹게 돋아난 어린잎 같은 좋은 생각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천천히 조심조심 그 좋은 생각들을 키워 나갔다. 따뜻한 그림책으로 햇빛을 대신했고, 즐거운 에세이들로 시원한 물을 대신했고, 신나는 잡지들로 바람을 대신했다.
나의 좋은 생각이 척박한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다시 설 수 있게 만든 것은 결국 또 책이었다. 책을 읽고 쓰는 욕심에 마음을 잃었고 다시 책을 통해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힘겹게 뿌리내린 내 안의 좋은 생각들이 한 해 한 해 자라서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도록 Andante, Andante, Andante!! 나만의 속도와 내가 생각한 방향을 지켜나가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일과가 된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작은 숲에서 싱그러운 웃음을 짓는다. 더 이상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다.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self
- 버지니아 울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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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울프
#자기만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