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보자
상대방은 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행동해줄 것이라 기대를 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개인의 경계나,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예의를 상대방 역시 장착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보편타당하게 이해되는, 기본적으로 어떤 것이 선한지, 악한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개인의 가치관 차이에서 일어나는 옳고 그른 문제를 넘어선 ‘다른’ 일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지키지 않는, 약자 앞에서 강하고 강자 앞에서 약한 그런 비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화가 난다.
나는 A문화권에서 평생을 살아왔는데 B문화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낯 섬이 느껴진다. 후자의 경우는 ‘나와 다른 사람’과 공존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전자의 경우는 정확히 화를 내는 방식이 필요하다.
종종, 이해하는것 보다 정확히 화를 내는 것이 더 어렵다.
내 경계를 침범하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도 결국에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는 것은 너무나 당. 연. 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화가 나는데 화를 안내면 어떡해? 화가 날 땐 정확히 화를 내보자. 너의 그 무례함 때문에, 너의 그 이기적임에 나는 화가 났다고, 정확히 화를 내보자. 스스로가 원인 모를 분노에 잠식되어 허우적거리지 말고 그 무례함에 정확하고 품위있게 화를 내고, 훌훌 털어버리고 흘려보내자.
그리고 그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 회복하고, 행복해져보자.
Jessie Jihyun Lee 제시지현, 동상이몽 Same Bed Different Dreams,
Acrylic on Canvas, 17.9” x20.0”i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