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시작하기
온종일 소파에 기대앉아만 있던 내가,
아이들을 위해 어느 날 사과를 깎았다.
사과를 깎으며 눈물을 흘리던 내가,
몇 주 뒤 청소기를 돌렸다.
청소기를 돌리다 팔다리가 후들거려 좌절하던 나는,
몇 주 뒤 흩트러진 옷가지들을 모아 세탁기를 돌렸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하고 쉬운 일상이,
내게는 감히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일이 되어 있었다.
빨래를 옷장에 넣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아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는 일은,
무너진 내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