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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그램 Jun 30. 2023

나에겐 너무 어려운 마늘

난 왜 이럴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늘을 소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 안에 나도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마늘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확하게는 마늘이 씹히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마늘에 대한 나의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인즉슨 모든 한식 요리를 할 때는 마늘을 빼놓지 않고 쓴다. 오히려 마늘이 들어가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맛을 낼 수가 없다. 나는 진성 한국 토종 입맛.


김치를 한번 담그려고 하면 마늘은 큰 봉지째로 갈아 넣어줘야 그제야 내가 원하는 맛이 나고 만족스러운 맘이 든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도 마찬가지. 한식, 양식, 중식 모두 마늘을 꼭 챙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음식을 입에 넣고 음미의 시간을 가질 때 마늘이 씹히면 기분이 매우 언짢아진다. 내가 원해서 한가득 넣었는데 그 마늘이 씹히는 순간 내 얼굴은 다진 마늘처럼 찌푸려지고 기분이 팍 상해버린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어른들은 매번 마늘을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미디어에서는 마늘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었다. (필자도 마늘은 정말 좋은 식품이라고 격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그 좋은 마늘, 나도 잘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어렸을 때부터 40살이 넘은 지금까지.   

  

제일 기분 나쁜 상태는 생마늘이다. 남들은 고기 구워 먹을 때 마늘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불판 위에 고기와 함께 구워 먹기도 하고 참기름에 푹 담가 고소한 맛을 더해 더 맛있게 즐긴다. 상추 위에 고기 두 점, 파무침 올리고 얇게 저민 마늘을 쌈장에 푹 찍어 화룡점정하여 입안 가득 채운다.


모두 맛있다고 엄지 척할 때 남편이 싸준 마늘 넣은 상추쌈을 입에 넣고 와사삭 씹히는 생마늘에 먹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며 아직도 내 입맛을 이렇게 모르냐며 남편에게 눈으로 욕을 날린 적이 여러 번이다.


생마늘 특유의 식감과  매운맛, 쓴맛(?)이 나에겐 너무 어렵다.


엄마는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마늘을 잘 먹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셨다. 생으로 먹으면 너무 매워서 네가 못 먹는 거라며 익혀 먹으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달큼해진다고 고기 구울 땐 꼭 익혀서 주셨고 흑마늘은 익힌 데다가 발효하여 젤리 같이 달콤해진다고 직접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지극한 정성에 미안할 정도로 익은 마늘도 씹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흑마늘은 냄새부터 싫어서 마늘 좋아하는 남편에게 모두 패스했다. 엄마의 정성을 모른 척할 수 없어 억지로 흑마늘을 입에 넣고 씹는 순간 그 특유의 향과 내가 싫어하는 식감에 치아와 잇몸에 쩍쩍 달라붙는 점성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마늘보쌈, 마늘 치킨, 갈릭디핑소스, 갈릭버터바게트, 마늘빵, 마늘 건강식품. 다 내가 먹지 않는 음식들이다. 먹으려고 노력을 해보았으나 입에 넣는 순간부터 내 뱃속에서 완전 소화가 되는 순간까지 마늘 냄새로 괴롭다. 도전하고 후회하고의 연속이랄까. 그래서 지금은 이런 내 취향을 인정하고 그냥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마늘의 식감과 향을 싫어하니 자연스럽게 요리할 때만 쓸 뿐 반찬처럼 마늘을 먹지 않는다. 우리 집 안에서 나 빼고 다른 성인들은 모두 마늘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질 않으니 고기를 구워 먹거나 회를 먹거나 할 때 마늘을 내어놓지 않는다.


집에서도 오직 다진 마늘만 쓰기에 가끔 통마늘이 필요할 땐 없어서 못 넣거나 다시 마트를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또는 통마늘이 필요해서 사다 놓았을 때 남은 마늘은 매번 상해서 버리기 일쑤다. 갈아두면 되는데 혹시나 쓰임이 생길지 몰라 보관하는 습관 덕분이다.     

 

마늘을 먹지 않는 것은 내 취향이지만 이런 취향이 미안한 부분이 바로 아이들이다. 나는 마늘을 못 먹지만 아이들은 잘 먹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나랑 똑같이 마늘을 먹지 않는다. 마늘이 씹히면 똑같이 기분 나빠하고 익은 마늘, 저민 마늘, 흑마늘, 마늘빵, 마늘이 들어간 디저트들 모두 안 먹는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을 즐겨하는 식습관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었으나 마늘에 대하여 이번 생은 매우 실패다.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을 해본 적도 있는데 안 되길래 그냥 지금은 그냥 마늘 섭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안 먹으면서 아이들한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런 나의 이중적인 태도가 마늘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


다시 태어날 일은 없겠지만 혹여 다시 태어난 다면 그땐 마늘을 잘 먹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데 마늘이 씹혔다는 이유로 그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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