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99] 종교의 자유

- 다른 이들의 자유를 억누르는 믿음의 방식

by leesy

퀴어축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들은 퀴어가 아니다. 갖은 치장을 두른 퀴어들로 가득한 서울광장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은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축제 한복판에서 축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흔들고 전단지를 돌린다. 그곳에서 하나님ㆍ예수님을 부르짖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용기와 신념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를 배격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근거는 성경이다. 이천여 년 전에 만들어진 교리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차별금지법 도입에도 반대한다. 결집력이 뛰어난 기독교인들은 투표권을 무기로 차별금지법 도입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압박한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방역 당국의 거리두기 조치에 조직적으로 저항한 이유 또한 성경이었다. 이들은 대면 예배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 결과 확진자 급증의 중심엔 항상 교회가 있었다. 이토록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 공동체의 안전을 저해하고, 각자의 개성에 따라 살아갈 자유를 억압하니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종교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리의 해석을 달리한다. 2천 년 전과 현대의 삶의 양식은 천양지차다. 문제는 기독교 교리가 아니라, 교리를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선택적 태도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훌륭한 말도 많다. 모범적인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교리는 제쳐두고 소수자를 배격하고 공공의 이익에 역행하는 교리를 고집하면서 외치는 종교의 자유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조리가 일부 교인에 한정된 것이라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위해 다른 이들의 자유를 억누르는 ‘믿음의 방식’은 한동안 위세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기를 통과하며 사람들은 기독교 단체의 경직성을 목도했다. 감소세에 접어든 교인의 숫자는 기독교 단체들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내포한 자유가 공존하며 공동체는 풍요로워진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가 오랜 시간 존중받았던 이유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종교인의 숭고함 때문이었다. 모든 자유의 근간에 있어야 할 태도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일 것이다. 이 황금률에서 벗어난 종교의 자유를 계속 존중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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