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그래프에 끝에 밝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꿈
오늘날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할 최고 덕목은 지구력이다. 오랜 시간 성실함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지구력이 대체했다. 근면성실함이 더 나은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단 믿음이 팽배하다.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하자 사람들은 자본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주식에서 암호화폐로 옮아가는 자본 쌓기 열풍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필요한 건 지구력을 동반한 ‘존버’다.
특히나 코인 시장에서 2030세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금융 전문가들이 코인은 실체 없는 투기성 자본이라며 우려를 보이고, 금융당국의 규제 의지도 엿보이지만 판돈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외부의 우려가 많을수록 코인판에 뛰어든 이들에게 지구력은 더욱 중요하다. 코인에 대한 각종 우려를 감내하고 버텨야 크게 한몫 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코인 대다수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탓에 코인 투자로 돈을 버는 건 카지노 도박과 다르지 않다. 일부 대형 코인들도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극도로 불안정한 코인 시장에 2030이 뛰어드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코인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식 열품이 올해 주춤한 이유는 주가가 박스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작은 자산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룰 수는 없다.
반면 하루에도 수백 배씩 가치가 널뛰는 코인이 즐비하다. 장난 삼아 만들었다는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국내 하루 거래량이 코스피 거래량을 넘어서는가 하면,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나 치솟은 코인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욕망’ 외에 가치 널뛰기를 설명할 요인은 없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는 알거지가 될 위험과 함께 온다. 불안함을 떨쳐낼 지구력이 소진되는 지점이다. 코인으로 400억을 벌고 퇴사를 한 사람이나 조기 은퇴에 성공했다는 파이어족의 일화는 지구력을 높여주는 ‘미담’이다. 미친 듯이 오르내리는 가격 그래프에 끝에 밝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꿈 꾸게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코인 시장을 규제하려는 정부가 좋게 보일리 없다.
근면성실이 밝은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다만, 지구력이 아무리 좋아도 코인이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모두가 400억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