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자가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위로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도전적인 청년일 것이다. 수백ㆍ수천 대 일의 경쟁률에 달하는 공무원ㆍ대기업 입사 시험에 청춘을 바친다. 합격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고 실패하면 대개 쓸모없는 지식만이 머릿속에 고였다 사라지는 시험에 달려든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낙타의 신세와 다를 바 없는 도전을 하는 청년들에게 ‘도전의식’이 없다는 몇몇 어른들의 훈계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요즘 청년들의 극한 경쟁은 입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생애 내내 경쟁에 시달린다고 봐야 한다. 승자독식의 고위험 고수익 사회 구조가 낙타들을 바늘구멍으로 내몰고 있다. 한정된 의자에 앉은 이들만 사회적 자원의 대다수를 가져가니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의자 수가 너무 적어 대다수는 노력 여부와 무관하게 낙오자가 된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이유 없이 기성세대에게 불만을 갖진 않는다. 그들은 사회 구조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바꿀 힘은 꽉 쥔 채 포기하지 않는다. 바늘구멍 통과에 성공한 낙타는 품어주지만, 낙오한 청년들에겐 경영 합리화니 비용절감이니 하는 이유로 비정규직ㆍ인턴 자리를 조금 떼어줄 뿐이다. 비정규직ㆍ인턴을 전전하는 청년들은 높은 임금도 사회적 존중도 보장받지 못한 채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낙오한 청년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차갑기만 해서 제대로 된 위로를 주지 못한다. 몇 해 전 사장에게 알바비를 떼인 청년에게 방법이 없다며 인생의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라는 중견 정치인의 위로는 구조적 모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말이었다. 비슷한 태도가 양상만 다르게 반복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오늘 배우 윤여정 씨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많은 전문가가 이미 수상 가능성을 타진해온 터라 그 자체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는 자신은 경쟁을 믿지 않으며,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쟁쟁한 경쟁자를 제쳐낸 승자가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다.
경쟁이 유일한 정답인 양 질주하는 우리 사회에서 낙오자는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여정 배우의 말마따나 각자의 영화에서 각자의 연기를 하는데 경쟁이 성립할 리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도 그렇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할 뿐, 그중 운이 좋은 이가 바늘구멍 통과에 성공한다. 그러니 누구든 그들 앞에서 공연히 도전의식 타령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