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13] 문자폭탄

-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기란 어려운 일

by leesy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위정자가 민의에 따른 정치를 하려면, 진솔한 민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이곳저곳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군부 독재의 역사가 긴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독재자의 의지가 민의이고 국정 철학이었다. 당시 위정자의 귀는 국민보다 독재자에 향해 있었다.


87년 민주화 이후로 부침은 있었으나 표현의 자유는 점차 확장돼왔다. 답답하면 벽이라도 보고 소리치라던 시절은 청와대 앞에서 최고 권력자를 향해 거친 말을 내뱉어도 괜찮은 시대로 이행했다. 이에 더해 기술의 진보는 새로운 의견 창구를 만들었다. 집 밖을 나서지 않고도 효율적이고 강력한 수단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 아무런 허들 없는 표현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자메시지가 표현의 자유와 결부돼 언급되는 일이 잦아졌다. 일부 유권자들이 문자를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서다. 몇몇 정치인들은 과도한 문자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언론은 그 같은 문자 세례를 문자폭탄으로 명명해 부르고 있다. 과거라면 가볍게 무시했을 엽서폭탄이 이제 문자폭탄이 된 셈이다.


이는 민주화와 기술 발전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유권자가 행사한 표현의 자유를 피할 수 없게 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데는 쇄도하는 문자가 그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일 터다.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은 따로 대응해야겠지만, 정치인들 또한 새로운 표현의 창구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 민의를 파악하는 게 우선 임무이니 말이다.


단, 문자에 지나치게 경도돼 전체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는 피해야 한다. 대체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자가 문자로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정치인에게 전달한다. 특정 인물과 정책을 지지하는 조직된 움직임도 있다. 이들의 표현이 전체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만큼, 그 둘의 간극을 이해하는 것은 각 정치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왕관을 쓰기 위해선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국회의원은 언제나 왕관을 쓴 자였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정도의 책임감이 두려우면 왕관을 내려놔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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