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17] 사무노조

- 애먼 세대 갈등을 부추기지 않더라도

by leesy


이곳저곳에서 MZ세대를 찾는 목소리가 잦아졌다. MZ세대는 1980-2000년대에 태어난 청년들로 공정과 권리에 민감한 세대로 여겨진다. 최근 대기업에 사무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기존 블루칼라 중심의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서 사무직 직원들의 이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무 노조 설립에 비교적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주축이 되자 MZ세대가 또다시 호명되는 양상이다.


우리는 세대론을 좋아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386, 586, X, MZ세대까지 세대별로 특징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사회 현상을 분석한다. 기존 세대론에 맞지 않는 사건이 벌어질 때면 세대를 추가하거나 특징을 더하는 식으로 세대론을 합리화한다. 새롭지도 않은 세대론이 매번 흥하는 이유는 세대론의 안경을 끼면 세상일이 간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세대론으로 바라본 세상은 명확하며 누구나 쉽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단순할수록 현상을 왜곡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세대론의 근본에는 게으름이 있다.


세대론이 언급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세대 간 갈등 구도는 정치적 활용도도 높으니, 세대론의 수명은 계속해서 연장된다. 최근에는 MZ세대와 586세대 간 갈등이 주로 거론된다. 공정과 권리를 중시하는 MZ세대가 586 운동권 꼰대들에게 분노한다는 게 단골 레퍼토리다.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퍼지는 세대 갈등은 대개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과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다들 이러한 구도에 익숙해진 양상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586세대는 사회악처럼 그려지곤 한다. 과거 학생운동이라도 했던 전력이 있으면 그 사람의 성향은 불 보듯 뻔한 것이 된다. 그들 중에는 언론이 대중에게 묘사하는 것처럼 권력을 탐닉하고 자기 잇속 채우기에 바쁜 '운동권 세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권에 오직 그런 사람만 있다고 믿는 단순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인간군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부도덕한 사람의 특징으로 한 세대를 규정한다.


그리고 586의 반대편엔 마치 공정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듯 MZ세대를 가져다 놓는다. 특징이 뚜렷하게 대비되니 갈등 구도도 명확하다. 새롭고 정의로운 MZ세대는 낡고 부패한 586세대를 척결할 수 있을까. 인위적인 세대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라면 응당 발생하기 마련인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구조 덮어버린다. 갈등의 근본 문제에 주목하지 않으니 갈등의 해결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분열시켜 관리한다(Divide and Rule)'는 유서 깊은 통치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이 분리된 채 갈등할수록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 국민통합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세대 갈등은 부추기는 이들이다. 언론은 그들 발언의 정당성을 따지기보다 확대 재생산하기에 바쁘다. 그 이면에 숨은 이해관계를 해석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노동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독려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사무 노조 설립을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 구도로 해석하려는 이들이 있다. 중요한 건 세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이해관계다.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타협점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과정이다. 괜히 애먼 세대 갈등을 부추기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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