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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21] 한반도

- 한반도민의 숙명

by leesy

한반도는 지정학적 지옥으로 불린다. 대륙의 일부분이면서 해양의 섬처럼 떠있기도 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히는 곳이었다. 6.25전쟁은 미소 냉전이 열전으로 비화한 몇 안 되는 경우였다. 동족상잔의 고통은 너무도 깊어 한 세대 동안 후유증을 관리해야 했다. 그러던 중에 미중 간 신냉전이 또다시 이곳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모양새다.


미소 냉전에서 승리한 뒤 유일한 패권국이 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방관해왔다. 21세기 들어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연이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아시아 회귀(Pivot to Asis)를 천명한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를 유럽에서 동북아로 이동 중이다. 태평양 3개국과 조직한 안보 협의체 쿼드가 대중국 견제망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더해 미국은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한국·일본과 함께 삼각동맹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미국의 활동이 대중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사실이 자명한 이상 우리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제1의 동맹이자 혈맹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넘어선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수출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한다. 내수가 탄탄한 일본의 대중 수출이 5%에 그치는 만큼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과 일본의 계산은 같을 수 없는 셈이다.


지난 정권 미국의 압박으로 성주에 배치한 사드는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이어진 바 있다. 사드 배치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참여했다고 본 중국은 한한령이라는 경제 제재로 맞섰다. 이로 인해 우리가 잎은 경제적 피하는 최대 8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국답지 못하게 외교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국제 관계에서 당위와 정의는 모두 국익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여전히 '친미-반중'만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주지할 사실은 이미 한반도에는 주한미군이 2만 8천 명가량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 중 하나인 완전한 친미국가란 것이다. 또한 친미가 반드시 반중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조차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해, 동맹국에 미중 택일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이 곧 우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 자식 간에도 항상 이해관계가 같을 수는 없다. 친미-반중 노선이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려가 앞서야 한다. 지정학적 지옥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반도민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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