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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22] 아이언돔

- 팔레스타인인들이 느낄 굴욕과 좌절

by leesy

가자 지구는 세상에서 제일 큰 감옥이다. 그곳에는 180만의 팔레스타인 민족이 콘크리트 장벽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1948년 유대 민족은 서아시아 지역에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가자 지구에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넣었다 . 건국의 명분은 1900년 전 빼앗긴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의 시간을 그곳에 터를 잡고 지내왔을 이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유대 민족의 부조리한 나라 뺏기는 서방 국가들의 이해득실에 따른 용인하에 진행됐다.


유대인은 오랜 시간 혹독한 디아스포라의 시간을 견뎌왔다.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민족의 디아스포라를 선택했다.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을 알고 있을 유대인은 다른 민족의 설움을 야기하는 데 거침이 없다.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일부는 콘크리트 장벽 안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지만, 전 세계를 배회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상당수가 과거 유대 민족처럼 다시 나라를 되찾을 궁리를 할 것은 자명했다.


그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거셌다. 오늘날까지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간헐적 무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 중심부에 갑작스레 들어선 유대교 국가이니 만큼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간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군사적·정치적 지원과 함께 유대민족의 막강한 소프트 파워는 금세 이스라엘을 중동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20세기 후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는 시기였다. 무장투쟁을 벌이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와 이스라엘 온건성향의 총리 이츠하크 라빈은 1993년 국제 사회의 중재로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협정에 따라 양측은 양국가해법을 통해 이스라엘 내에서 두 민족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극우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집권으로 협정의 이행은 지지부진해졌고, 연이은 무력 충돌로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최근 국내 언론엔 이스라엘의 대공 미사일 아이언돔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장벽 너머로 쏘아 올린 미사일을 아이언돔이 성공적으로 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은 아이언돔이 가자 지구에서 날아온 수백·수천기 미사일의 80~90%를 막아낼 수 있다며 감탄한다. 하지만 가자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만든 미사일이란, 백만 원 남짓 비용이 들어간 조악한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반면 아이언돔이 쏴 올리는 미사일은 한 발에 오천만 원이 넘는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유무형의 자산을 아끼지 않는 이스라엘 정부는 찬사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라 잃은 민족의 고통을 계승하고 있는 우리가 그저 그들의 활약을 부러워하고 감탄하기만 해도 좋은지는 의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느낄 굴욕과 좌절은 과거 우리가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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