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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38] 산아제한

- '둘 도 많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by leesy

인구구조는 국가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돕는 유일한 상수다. 매년 공표되는 합계 출산율을 통해 한 세기가량 큰 변화가 없을 인구구조를 그려볼 수 있다. 외국인 이민지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천재지변으로 인구가 급감하지 않는 이상 10년, 20년 뒤 인구구조는 이미 정해져 있다. 올해부터 인구가 감소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은 30년 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이토록 빠르고 극단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진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억제 정책이 있었다. 70년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는 곧 '둘 도 많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으로 변모했다.


출산 억제의 목표는 삶의 질 향상이었다. 정책은 성공적이었고, 출산율을 빠르게 감소했다. 경제가 발전하자 정부는 출산 억지 정책을 장려책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제 청년들을 경제적인 이유든 자아실현의 이유든,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100조를 썼다고 하는데, 성과는 미비한 상태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인구 과잉을 우려해 적극적인 출산 억제 정책을 전개한 바 있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70년대에 한 자녀 정책을 추진했다. 두 자녀부터는 수 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렸으니, 정책은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 불법 낙태 성행 등의 사회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두 자녀를 인정하는 한편, 얼마 전부턴 세 자녀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구 15억의 대국이 출산 장려라고 해도 될 법한 정책을 들고 나온 데는 인구 감소라는 현실의 위기감이 있다. 수출 못지않게 내수에 집중하는 쌍순환 경제를 표방한 중국 정부로선 내수 진작의 동력인 인구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매년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도 출산 억제에는 성공했어도 장려에는 고전을 면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부의 정책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양육 부담은 점점 높아만 가는데, 정부의 지원은 시원찮다. 이제 와서 청년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은 없어야 한다. 한국 출산율 1위 지역은 세종시다. 정부가 진심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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