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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37] 빈곤

- 단군 이래 부모보다 존중받지 못하는 첫 세대

by leesy

'단군 이래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는 오늘날 2030세대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식어다. 고도성장의 달콤함을 맛본 적이 없는 청년들은 날 때부터 극한의 입시 경쟁에 놓여, 고등학교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전례 없는 고스펙 세대가 됐다. 사회 구조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왔을 뿐인 청년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그들을 맞이할 약속의 땅은 온데간데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곤궁한 삶이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달라진 건 청년들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다. IMF 이후 경제난에 허덕이던 청년들에게 사회가 던진 메시지는 야망과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는 것이었다. 진취적인 요구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부턴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위로로 변모했다. 그리고 지금은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지난 보궐선거 이후 사회적 관심과 자원은 청년들의 요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변한 태도 이면에는 유의미해진 청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을 터다. 한편, 사회의 일관적 태도를 감내하는 이들도 있다.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청년들보다 더 가난하고, 더 불안하지만, 사회적 관심은 미약하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로, OECD 국가 평균의 3배에 가깝다. 전체 연령대 평균이 16%인 것을 감안하면, 노인 빈곤을 빼놓고 가난을 얘기할 수는 없다.


청년들의 가난이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폭력적인 말로 합리화될 때, 노인들의 가난은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하지만 점차 쪼그라드는 가족의 형태와 제 한 몸 챙기기도 버거운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 높아진 노인 부양 비용은 노인을 가정 내 천덕꾸러기로 전락시켰다. 그사이 국가는 까다로운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한 노인들에게 약간의 시혜적 급여만을 지급하며 손을 턴다.


그 결과가 절반가량의 노인이 빈곤선 아래에 놓인 현실이다. 위정자들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을 3년 늘릴지, 5년 늘릴지 다툴 때, 이미 국내 노인 고용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의 노인들은 다른 나라의 노인들에 비해 더 열심히 일하면서, 더 가난하다. 노인 자살률 1위 국가의 불명예는 이렇게 탄생했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라는 청년들의 고충 해결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오늘날 노인들은 단군 이래 부모보다 존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사회적 자원이 극히 제한적이고, 청년과 노인의 가난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 우선순위는 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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