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승전-매국'
국적은 다른 권리를 가질 권리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권리와 의무의 대상이 되는 주체는 '국민'이다. 헌법이 부여하는 각종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자여야 하는 셈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국적법 개정안은 국민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체류 외국 국적자의 자녀들을 위한 장치다. 국민의 요건은 갖췄다고 판단되나, 국적을 부여받지 못한 미성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영주권을 가진 조선족과 고려인 부모가 한국에서 낳은 자녀들이 신고만으로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나고자란 곳은 한국이지만, 국적이 없어 공동체에 동화되지 못하는 재외동포 자녀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해당 법안이 중국인에게 쉽게 국적을 부여해 한반도의 중국화를 초래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적법 개정 반대 국민청원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국내 거주하는 조선족은 62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녀 3천725명이 개정 국적법의 대상자다. 매년 수 백 명씩 증가한다고 하지만, 인구 5천2백만의 대한민국이 국적법 때문에 중국화가 될 것이란 우려는 우리의 역량을 지나치게 과소평과한 결과다. 그외에 국적법 대상자를 혐중의 소재로 삼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사이 국적 사각지대에 놓인 재외동포 2세들은 한국인으로의 동화를 계속해서 유예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혐중 정서를 활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 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친중 일변도로 몰아가며 반사이익을 누린다. 법무부는 국적법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들 정치인은 안하무인이다.
정치인의 맹목적 반중 정서는 자기 이익만 취하는 모럴 해저드의 극치다. 강원도는 얼마 전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을 철회했다. 근거 없는 비판 속에서 나랏돈을 들여 '차이나타운'을 조성한다는 가짜 뉴스가 힘을 발휘했다. 100% 민간 자본으로 조성하는 관광단지라는 해명도 먹히지 않았다. 몇몇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중국인에게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기승전-매국'으로 일관했다.
시민들의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국내 수출의 4분의 1,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으로 향한다는 사실과 국내 관광객의 압도적 다수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다. 강원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로 생길 수 있었던 막대한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소진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누리면 그만이라는 정치인의 태도는 단기간에 고쳐지긴 쉽지 않을 성싶다. 부담은 언제나 유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