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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0. 2022

[취재후기2] 코로나19 감염 우려보다 두려운 고립감

-어르신들은 언제까지 고립된 채 남아있어야 하는 걸까

<경로당 휴관 권고에도 불 켜진 경로당>

며칠 전 취재 차 한 임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방문했습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1층에 있는 경로당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전국의 지자체들은 경로당에 휴관을 권고한 상황. 그런데 경로당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어르신 두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이 시국에 경로당?” 의아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들렸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시기에 경로당 운영 상황을 여쭸습니다.


<“청소할 때만 잠깐 문 열어요”>

“운영을 재개하시는 거냐”라고 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청소하는 날에만 잠깐 문을 연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벽걸이 달력에 큼지막하게 '청소'라고 적힌 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구나”하고 이해했는데, 스치듯 “몰래 몇 번 열었다”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경로당이 휴관과 재관을 반복하길 벌써 2년째. 경로당이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어르신들은 적적함과 심심함을 넘어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홀로 TV만 볼 수도, 추운 겨울 바깥에서 친구를 만날 수도 없는 어르신들이 지자체 권고를 무시하고 경로당을 몰래 운영하고 있던 겁니다.

 며칠 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다시 찾은 경로당에서 홀몸 노인으로 오랜 시간 지내신 어르신들을 뵀습니다. 20년째 혼자 생활한다는 한 어르신께 노인정은 외부와 소통하고, 외로움을 나누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친척 지인들의 방문도 뜸해진 상황에서 경로당까지 문을 닫자 ‘한 달 같은 하루’가 반복됐습니다.


<노인을 위한 비대면은 없다>

 2주간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도 실컷 보고, 사두고 쌓아만 뒀던 책도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스마트폰이 있으니 주변 지인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격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엄살'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사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선 코로나 시국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비대면 활동’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는 오히려 넘쳐흘러 바다를 이루고 있지만, 제가 만난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로 변한 세상은 낯선 것들 투성이일 뿐이었습니다.


<고립감은 인지능력 저하를 일으키기도..>

전문가들은 사회적 교류가 줄면 인지능력도 감소한다고 말합니다. 특히나 고령층은 인지능력 저하가 치매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고 합니다. 그간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커뮤니티센터이자 치매예방센터였던 셈입니다. 경로당을 방문한 날, 90살이 넘은 어르신이 누구보다 빠르게 화투를 치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평균 연령이 80대 중반은 훌쩍 넘었을 어르신들이 한 데 모여 이렇게 웃고 떠들 공간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고령층에 코로나19가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지자체 권고를 무시한 어르신들의 선택을 나무랄 수만은 없었습니다.


<방역과 고립감 해소는 공존할 수 있을까?>

확산세가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여파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때입니다. 정부의 방역 역량도 이제 한계에 다다라 방역체계는 점차 자가치료, 재택치료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어르신들의 대면활동을 장려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은 언제까지 고립된 채 남아있어야 하는 걸까, 대안은 없는 걸까. 무력함에 고민이 깊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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