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빠른 증가와 인구 고령화는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게 합니다
<“시체가 발견됐다,,”회사 선배가 건넨 제보 하나>
아침 회의 시간. 선배가 제보 하나를 넘겼습니다. 내용인즉슨 설 연휴 마지막 날 밤 이웃집에서 노인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것. 숨진 지 꽤 지나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부터 아파트 복도에서 음식물이 썩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진동해 제보자와 이웃들이 관리사무소에 문의하기를 수차례. 관리사무소 측은 강제로 문을 열 수 없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이에 참다못한 제보자가 경찰에 직접 신고했고,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해서야 냄새의 근원으로 추정되는 집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홀로 숨져있는 노인이 발견된 겁니다.
<‘고독사가 많아졌다’는 경찰의 말>
제보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은 수습기자 때가 떠올랐습니다. 지구대를 다니며 동네 돌아가는 일을 귀동냥하던 때였습니다. 경찰들은 입이 무거워서 아무 말이나 해주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주취자가 줄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는 것 같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가정폭력 사건이 자주 있다” 등 추상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만 들려줄 뿐입니다. “고독사가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 바라던 구체적인 취재 아이템이 아닌지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 후 수개월이 지나서 경찰의 추상적인 이야기가 구체적인 사건으로 돌아온 겁니다.
<이웃과 교류 없어.. 숨진 소식도 몰라>
우선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시점은 2월 2일 9시 50분쯤. 폴리스 라인은 이미 거둬진 상태였습니다. 복도를 향한 창은 깨져있고, 현관 앞에 놓인 포대 자루에는 쓰레기가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최초 신고자인 제보자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웃들은 숨진 남성과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보자를 제외한 이웃들은 남성의 사망 소식조차 몰랐습니다. 며칠째 이어진 냄새의 원인을 알고 놀랄 뿐이었습니다. 최초 신고자이기도 한 제보자는 평소 남성이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문제로 수차례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남성이 보이지 않고, 불쾌한 냄새가 점차 강해지자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던 제보자가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근데 고독사가 뭐지?” 현황 파악도 되지 않아>
제보자는 이 같은 고독사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 언론 제보까지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고독사 현황을 살폈습니다. 놀랍게도 고독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아직 없었습니다. “홀로 죽음을 맞고 방치되면 고독사”라는 제 직관에 기댄 정의는 너무나 느슨한 것이었습니다. 2020년 통과된 고독사 예방법은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ㆍ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어 지난해 법이 시행된 후로도 고독사 예방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던 겁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대비 지난해 3배 증가>
보건복지부 집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으로 고독사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주검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 같은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에서 지난해 315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겹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남성도 65살 이상 고령층인 데다가 명절 연휴에도 찾아오는 이가 없었습니다.
<고독사는 사라질 수 있을까?>
정부도 그저 손 놓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노인을 직접 방문하는 등의 복지 정책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빠른 증가와 인구 고령화는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게 합니다. 국가의 복지 역량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의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가 안부를 묻고, 연대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상적으로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별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재로선 이상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