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공장’이란 사실까지 부정할 수 있을까
세계의 공장은 과연 폐업 수순에 들어갈까. 2000년대 들어 세계 무역 체제에 편입된 중국은 세계의 생산 거점으로 기능해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로 각국 기업의 생산 공장을 끌어들였고,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 또한 높아졌다. 그 결과 중국 경제 또한 급속도로 팽창할 수 있었다. 그랬던 상황이 중국 내외 환경의 변화로 격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세웠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저임금 환경이었다. 2007년 최고 호황을 누렸던 중국의 노동자들은 이 시기를 전후로 매년 10% 언저리의 임금 상승률을 누릴 수 있었다. 중국 내 노동자에게는 반길 상황이었지만, 생산 거점으로서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일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비해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고, 한국 기업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위기가 제공했다. 중국 경제가 멈추자 세계 경제가 주춤했다. 특히나 유럽과 미국의 부자 나라들은 임금이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긴 상태에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제조업 공동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위기감이 현실화된 것은 백신과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서다. 두 제품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상황에서 생산을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초래됐고, ‘리쇼어링’이 화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한편 미중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백신, 희토류 등을 전략 물자로 지정하고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중국을 최대한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 개편을 노리고 있다.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망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맞불을 놓는 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에서 중국의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7%, 61%다. 앞선 세 가지 요인들을 전부 고려해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동남아나 국내로 이전하고, 미국 정책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더라도, 중국이 ‘한국의 공장’이란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중 무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지는 아니다.
우리로서는 전략적 선택의 시간이 도래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이 걸린 문제에서 한반도 이남의 선택지는 대체로 줄타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국제 무역환경에 맞춰 여러 바구니에 달걀을 옮겨 담는 한편, 어느 한 세력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중견국 한국은 그럴 만한 힘도 의지도 있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