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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ul 26. 2021

[작문연습169] 자영업

- 위기 상황에서 얻은 교훈은 뇌리에 깊숙하게 각인된다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제조업 강국이란 말에 가려져 있으나, 자영업은 전체 고용의 25%를 차지하며 서민 경제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서비스 산업이 붕괴되자 가계 경제에 위기가 찾아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집합제한과 영업금지 조치가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가중된 것이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른 손해를 산정하기 위한 비용은 온전히 자영업자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 조치에 순응한 것은 높은 공동체 의식과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 때문일 터다. 하지만 정부의 간헐적 지원은 가뭄의 단비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규모였다. 손실보상도 올해 7월 이후 발생한 손실에만 적용된다고 하니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4차 대유행 시기에 차량 시위에 나서야 했던 자영업자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자영업자의 영업시간을 통제할 때마다 정치권은 ‘두터운’ 지원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해 반복됐던 정치적 수사(修辭)는 올해도 등장했다. 정치권이 전 국민 지원이냐 소득 하위 80% 지원이냐를 두고 기싸움할 때,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셈법을 따져가며 재난지원금 규모를 저울질하는 동안 지연 비용은 또다시 경제적 위기에 허덕이는 국민에게 전가되는 중이다.


 지난해 IMF 발표에 따르면 선진국 재정적자폭은 평균 GDP 대비 13.1%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3.7% 적자로 비슷한 규모의 나라들에 비해 재정적자폭이 현저하게 낮았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면서도 나라 곳간을 사수했다며 자랑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코로나 위기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재정의 역할을 가계 빚이 떠안은 것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는 말이다.


 잇단 재정지출 요구에 기획재정부는 아예 ‘재정준칙’을 추진하고 나섰다. GDP 대비 국가채무를 60% 이내로 사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가 재정 사수 의지를 강조하는 동안 가계부채는 1765조를 훌쩍 넘겨 GDP 대비 100%를 초과한 지 오래다. 독일 재정 당국이 “지원하는 것이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싸다”라며 방역 대책으로 문을 닫은 점포의 고정비를 90%까지 지원할 때, 우리 재정 당국은 방 안의 코끼리를 외면하기로 결정했다.


 위기 상황에서 얻은 교훈은 뇌리에 깊숙하게 각인된다. 자영업의 나라에서 자영업자들은 이번 위기를 지나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그 교훈이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이야기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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