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자본주의와 휘청이는 오토바이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는 폭주 기관차에 비유되곤 한다. 이는 오래된 상징 관계다.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고 강력한 철도는 자본주의 성장에 필수요소인 자원과 노동의 신속한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철도는 존재만으로도 자본주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레일과 정거장 설치에서 철도 운행 시간 관리까지 자본주의 질서 학습의 장이었다.
이쯤 되니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폭주하는 기관차에 빗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도심 한가운데서 골까지 울리는 오토바이 배기음을 듣고 있노라면 21세기 자본주의는 휘청이는 오토바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토바이가 가진 몇 가지 특성 때문이다. 우선 오토바이는 이륜차다. 이륜차는 홀로 설 수 없다. 시동을 끄면 좌우로 휘청인다.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금융위기는 자본주의가 자립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그때마다 투입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상기해보자.
오토바이의 기동력은 어떠한가. 기관차는 폭주해도 레일 위를 달릴 뿐이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레일은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좁은 골목도 오토바이는 통과한다. 신호 위반과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 등 때때로 법망도 넘나 든다. 21세기 자본의 속성과 닮아있다. 대자본은 좁은 골목골목 돈이 될만한 것들을 쌍끌이 기선 저인망식으로 쓸어간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신음하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는 이제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이미 그것이 뉴노멀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한 오토바이 배기음도 빼놓을 수 없다. 오토바이 배기음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굉음을 토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대지만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알 수 없다. 재빠른 기동력과 경로의 유연성은 일찍이 기관차에 기대할 수 없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늘 좌우 전방을 주시하며 다녀야 한다. 그렇게 다녀도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금융자본주의란 멋진 가면을 쓰고 눈 뜬 사람의 코도 베어가는 21세기 자본주의의 특성을 닮았다. 잇단 금융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일확천금에 눈이 먼 사람들은 아니었다. 정부가 공인한 신뢰받는 금융사의 권유에 따라 지갑을 열었을 뿐이다. 이들에게 순진하게 행동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같은 21세기 자본주의의 특성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폭주하는 기관차나 휘청이는 오토바이 같은 신세를 면할 수는 없을까? 여러 전문가들은 적절한 통제와 공정한 경쟁 보장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들의 진단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진단은 언제쯤 적용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