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3] 뉴 노멀

- 네 번째 물결

by leesy


지금 난 네 번째 물결에 몸을 실었다. 내 나이는 대략 10270살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지 않고 살아있다. 앨빈 토플러의 주장에 따르면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통신혁명으로 이어지는 세 가지 물결을 지켜본 샘이다. 그는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제법 예리한 식견을 닦았던 친구다. 그의 추측이 모두 맞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인류 역사의 분기점을 예리하게 통찰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네 번째 물결에 대한 책을 썼을 것이다.


첫 번째 물결을 맞이했을 때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해안 근처 동굴을 떠돌았다. 내 콧수염이 거뭇하게 올라올 무렵부터 허름한 움집에 정착했고, 곡식을 기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농업혁명이었다. 혁명은 꽤나 잔잔하게 찾아왔다. 운 좋게도 이미 오래전 정착에 성공한 이들 틈에 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곳 생활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각자의 움집에 각자의 물건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마르크스가 만악의 근원처럼 말한 사유재산이 탄생한 것이다.


사유재산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사유재산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 문명도 없었겠지. 그러나 그 뒤 펼쳐진 인간의 삶은 참혹했다. 시간이 흐르자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행위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근대적 법률과 제도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나의 삶도 사유재산을 수호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농업혁명은 사기다’라고 외치는 유발 하라리란 학자를 기특해하는 이유다.


두 번째 물결은 기계 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주역은 제임스 와트란 자였다. 그는 기존의 증기기관을 획기적으로 개량했다. 훗날 리처드 트레비식이란 영국인이 그 증기기관을 활용해 증기기관차를 만들자 산업혁명에 불이 붙었다. 난 아직도 기관차를 처음 탔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땅은 꺼질 듯 하늘은 날아갈 듯 대륙을 가로질렀다. 1만 년 인생에 가장 위대한 스펙터클이었다.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이후 터진 양 차 대전은 인류의 모든 성취를 수포로 돌릴 만큼 참혹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농업사회 속 고단했던 삶은 안락하게 느껴졌다. 인간이 두려워졌다.


그래도 다행은 인간이 반성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정보통신혁명이라는 세 번째 물결은 글로벌 사회를 구축했다. 세계는 더 가까워졌고 다툼은 비교적 줄어들었다. 역참을 통해 원나라에서 로마까지 보름 만에 도착하며 놀랐던 시절이 아득해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란 미국인은 ‘역사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떠들어댔다. 인류의 발전이 최고 단계에 이르렀다는 자만이었다. 네 번째 물결을 맞아 뉴 노멀이 입방아에 오르는 때에 그 자는 아마 얼굴 좀 붉히고 있겠지.


그 후 새로운 시대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극성을 부리는 전염병이 새로운 물결의 흐름을 부추겼다. 오래전부터 전염병은 수차례 겪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염병이 새로운 기술의 탄생과 적용을 부추긴 적은 없었다. 누군가는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늘어놓는다. 몇몇은 기대에 찬 희망을 건네기도 한다. 오랜 시간 인간이란 존재를 관찰해왔다. 그런 나에게도 미래는 안개 속이다. 다면 확실한 것은 제5, 6의 물결 또한 인류를 향해 흐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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