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고등학교 3년 연속 학급 반장’ 타이틀이 쉽냐?
“뭐? 보결선거?” “아니 보궐선거!” “그게 뭔데?” “학급 반장이 부정선거로 당선이 취소됐을 때 당선자를 새로 뽑는 선거래. 이번에 7반 A가 부정선거로 당선이 취소돼서 보궐선거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없던 일로 하기로 했나 봐. 그래서 애들이 말이 많더라고” “A면 학교 재단 성골이잖아. 당선 취소는 무슨”
A는 학교 애들 사이에선 성골로 통했다. 우리 학교 재단은 어린이집부터 초, 중, 고를 거쳐 대학교까지 소유한 거대 재단이다. 명문 사학으로 통하는 덕에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돈이 많다고 입학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입학 심사에서 부모 직업은 물론 할아버지 출신까지 따진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래서 한 발도 걸치기 힘든 이 사학 재단 소유 학교를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닌 애들한텐 성골이라는 칭호가 주어진 것이다. 그 뒤로 진골부터 6두품까지 있지만, 나처럼 사회균형제도로 입학한 애들은 신분 놀이에 끼지도 못했다.
A는 이 재단 학교에 다니는 동안 줄곧 학급 반장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학교 회장은 학업에 지장을 줘서 싫다나. A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도 어김없이 학급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 늘 그렇듯 다른 애들은 눈치껏 빠져주는 분위기였는데, 그날따라 경쟁자가 B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B는 공부도 게임도 잘해 인기가 많은 애였다. 학급 반장이 돼서 게임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게 공약이었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을 좋은 추억으로 장식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A는 성골이 아닌 B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 듯했지만 B의 인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학업에 지칠 대로 지친 애들은 틈만 나면 B 주변으로 모여 지난밤 플레이한 게임 얘기를 나눴다. 항상 단독 출마로 당선된 A에게 선거 운동은 낯선 것이었다. 선거 3일 전 A는 같이 공부를 하자며 반 친구 5명을 집으로 불렀다. 그날 A는 환심을 얻을 목적으로 치킨을 샀다. 그 덕인지 몰라도 A는 근소한 표차로 학급 반장에 당선됐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7반 담임 선생님 귀에 치킨 이야기가 들어간 것이다.
이 학교 재단 짬이 높은 선생이었으면 못 들은 척 넘어갈 일이었지만 7반 선생님은 아니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매사에 의욕이 넘치는 분이었다. 선생님의 요청으로 학교윤리위원회가 열렸다. A와 A의 부모님과 면담도 진행했다. 그 결과 A의 당선이 취소되고 보궐선거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선거 당일 7반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았고, 보궐선거도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부담임 선생님은 갑자기 연수를 가셨다고 하는데, 그 말을 곧이 믿는 애들은 없었다. “야, ‘고등학교 3년 연속 학급 반장’ 타이틀이 쉽냐? 대학 갈 때 써먹어야지” 고개가 끄덕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