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 반지의 영원한 주인은 없다
자유(Liberty)는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절대 반지의 속성을 닮았다. 자유의 가치를 손에 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시민혁명이 근대 사회의 포문을 열어젖힌 이래 자유는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라는 함의를 획득했다.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합의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각기 다른 사회 집단이 자유의 가치를 독점하기 위해 달려든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 시민의 자유, 민족과 국가의 자유 등을 내세우며 자유를 쟁취하고자 한다. 자유라는 절대 반지가 세상을 지배할 힘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는 경제 논리에 따라 굴러간다. 경제 영역에서 자유라는 타이틀이 강한 힘을 갖는 이유다. 서로 상이한 경제적 논리를 내세우는 이들이 자유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 자본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시작은 고전 경제학파라 불리는 자들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고전 경제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보이는 손이라면, 보이지 않는 손은 개인의 욕망이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정육점 주인의 착한 마음 덕이 아니다. 정육점 주인의 경제적 욕망 때문이다. 고전 경제학파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에게 자유로운 영리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를 내세운 고전 경제학의 논리는 인간에게 풍요를 선사하며, 이후 한 세기 동안 세상의 질서를 지배했다.
20세기가 열리자 자유시장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경제 성장이 더뎌지고 실업률이 증가했다. 1930년 미국에 대공황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고전 경제학이 말하는 자유시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중심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있었다. 케인스는 보이는 손으로 시장의 질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황기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케인즈의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만들고 막대한 재정을 쏟아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다. 그러자 경제가 차츰 호전됐다. 사람들은 자유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루즈벨트의 민주당이 리버럴(Liberal)의 지위를 획득한 순간이다.
리버럴은 그 뒤 반 세기 가량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그러나 1980년 신자유주의의 태동으로 리버럴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은 국가 간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법인세는 낮아졌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급성장한 신자유주의는 리버럴로부터 절대 반지를 빼앗아왔고 최근까지 세계 질서를 주무르고 있다.
2018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일으켰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가 1%를 위한 자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코로나 19라는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구축한 세계 질서와 사람들의 바람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유효기간도 머지않은 것일까.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의 영원한 주인은 없다. 다음으로 자유의 가치를 손에 쥘 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