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자를 중심에 둔 교육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초등돌봄시설 운영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현행 초등돌봄시설의 운영 책임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교육부가 돌봄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도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각 지자체가 별도로 돌봄시설을 운영하며 부족한 시설을 보충하고 있다. 지자체 이관을 찬성하는 이들은 흩어진 돌봄시설의 운영 시스템을 일원화할 필요성과 함께 초등학교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원 단체는 지자체 이관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교사에게 보육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보육 단체는 지자체 이관 시 돌봄시설이 민영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보육 교사들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이 정작 돌봄 수용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고용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학부모들의 돌봄시설에 대한 수요도 다변화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요구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오랜 시간 공급자 위주로 굴러온 국내 교육 정책의 실상이다.
공급자 위주의 교육은 비단 돌봄시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코로나 위기는 그간 잔존해온 국내 교육 시스템의 병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쌍방향 수업의 부재는 하나의 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과 쌍방향 소통이 줄어 학습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학습 격차는 비대면 이전에도 있었고, 심했다.
좁은 교실에서 한 명의 선생님이 하나의 교과서로 2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천편일률적이 수업이 전국에서 반복된다. 어떤 학생은 수업을 곧잘 따라간다.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벌어지는 학습 격차를 현행 교육제도가 효과적으로 좁혀왔다고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습 격차는 중등 교육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교육은 이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해왔다. 공급자 편의적인 현행 교육제도는 낙오한 수요자를 돌아보지 않는다. 코로나 위기가 아니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유지됐을 가능성이 높다.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제도는 뒤처지는 학생은 외면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시설은 퇴출한다.
교육은 단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함께 살아갈 동료 시민을 육성하는 일이다. 적절한 학습 능력과 함께 소통과 공감능력,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일도 교육의 몫이다. 코로나 위기는 현행 교육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돌봄시설 논쟁을 계기로 교육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교원 단체는 보육시설 이관에 찬성하며 학교는 보육시설이 아니라고 외친다. 그렇다, 학교는 단지 보육시설일 수 없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임무를 띤 시민 양성소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수요자를 중심에 둔 교육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