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3] 세계화

- 다음에 불어올 바람은 순풍일까 칼바람일까

by leesy

『몽골 제국과 세계사의 탄생』의 저자 김호동 교수는 몽골 제국의 유럽 침략이 세계화의 도화선이 됐다고 말한다. 당시 몽골 제국은 사막길, 초원길, 바닷길을 거쳐 유럽을 침략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인의 시야가 확장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유럽에서 유럽인들은 바닷길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 마르코 폴로 등 선교사의 기행문은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1492년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다. 그 후 유럽인은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세계화를 실현해갔다. 작은 대륙에 갇혀있던 유럽인의 세계관이 아메리카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그곳에서 불어난 막대한 노동력과 자원은 유럽에 엄청난 부를 선사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욕망의 효용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몽골 제국은 세계화의 관문을 뚫었으나 더 나아가지 못했고 유럽은 재빨리 팍스 몽골리카를 대체했다.


세계화는 누군가에겐 순풍처럼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겐 칼바람으로 불어온다. 몽골 제국은 세계화의 첫 삽을 떴을 뿐이지만, 그 여파로 유럽은 막대한 인적 피해와 물적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유럽인이 세계화의 확장과 심화를 야기하자, 유럽 바깥 수많은 이들은 지금껏 겪지 못한 고통에 신음해야 했다. 각자의 관습과 전통을 지키며 살아오던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들은 강제 노역과 강간, 집단 학살에 매일같이 시달렸다. 급기야 인구의 90%가 증발했다.


세계화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졌다. 식민지 확장을 거듭하던 유럽인들은 높아지는 위상을 주체하지 못해 쓰러질 때까지 그림자를 외면했다. 이들의 확장 욕망이 촉발한 양차 대전은 종전과 같은 방식의 세계화에 경종을 울렸다. 세계화의 영향력이 확장됨에 따라 짙어지는 그림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김영상 정부에 이르러 공식적으로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당시 세계화의 영문 표기를 ‘Segyehwa’라고 한 것을 두고 철학의 부재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당시 세계화의 확장을 망설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한국은 분명 세계화의 순풍에 오른 국가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닥친 외환위기는 세계화가 지닌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화의 설계자 IMF는 한국의 더딘 세계화 때문에 경제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더 강한 세계화 드라이브를 처방했다.


16세기 이후 세계화를 주도한 곳은 서구는 오늘날까지 세계 질서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오랜 경기 침체와 전염병 위기는 종전 서구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 만든 규범도 이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당장 새로운 세력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차기 세계화의 주력이 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다. 다음에 불어올 바람은 순풍일까 칼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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