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4 디지털 성범죄

- 온라인도 현실의 일부

by leesy

현대인은 두 가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다. 온라인은 탄생한 이래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왔다. 이런 수동적 역할은 21세기 들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는가 하면 오프라인을 압도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사람들 간 대면 만남이 줄어든 지금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지위를 대체하는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한동안 온라인의 영향력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마따나 가짜(온라인)가 진짜(오프라인)를 가리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경각심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존적 논의도 중요하겠지만, 온라인을 가짜 세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꿩 대가리 숨기는 짓과 다르지 않다. 이미 온라인에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가짜가 되는 순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도 모두 가짜가 될 위험이 있다.


지금껏 한국의 기성 사회는 온라인을 등한시해온 경향이 있다. 그러한 인식은 그 속에서 발생하는 신종 디지털 범죄에 대한 몰이해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컨대 게임을 계기로 일어난 폭력 사건은 기성세대에겐 특수하고 엽기적인 해프닝으로 읽히지만, 실상은 오프라인의 폭력 사건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성범죄의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오프라인에서도 지적받는 우리 사회의 느슨한 성인지 감수성은 온라인에서 더욱 이완된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 못지않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불법 촬영물이 수시로 업로드되고 그를 이용한 성착취도 횡행한다. 범죄자들은 오프라인의 단속을 피해 온라인으로 숨어든다. 불법적인 성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단속이 느슨한 온라인은 훌륭한 도피처 기능을 한다. 온라인에서 큰 사건이 불어질 때면 수사당국은 역량 부족과 현실상의 어려움을 책임회피의 탈출구로 사용한다. 온라인이 여전히 오프라인만큼 진지하게 인식되지 못하는 탓이다.


그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혐의자를 검거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일이 잦다. 국민적 공분과 세계적 조롱의 대상이 됐던 웰컴투비디오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는 아동 성착취 영상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죗값은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N번방 사건의 주동자에게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0년형은 주목할만하다.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7년에서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대상으로 내린 이례적인 중형이다. 처음으로 디지털 범죄에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된 사례라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이들의 잔혹함이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위기의식을 야기한 결과다. 이 같은 변화가 이번 사건에 한정돼선 안된다. 온라인도 현실의 일부라는 항구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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