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5] 노동조합

- 일국의 노동자도 단결하기 힘들다

by leesy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마르크스는 알았을까? 만국은커녕 일국의 노동자도 단결하기 힘들단 사실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는 실패한 점쟁이다. 한국 사회를 돌아볼 때 같은 회사의 노동자도 단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노동자는 단결해야 살 수 있다는 마르크스의 바람이었겠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단결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적어 보인다.


코포라티즘(조합주의)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책 결정 과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표들이 정부의 중재 아래 정책적 합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정부, 기업계 대표, 노동자 대표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노사정협의체도 이 같은 조합주의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협의체가 잘 굴러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 몇 가지 있다. 대표성은 가장 선행돼야 할 조건이다.


통상 정부와 기업의 대표가 대표성을 부정당하는 상황은 드물다. 이들은 대체로 목적이 뚜렷하다. 정부는 정해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이기 때문에 정당성도 가지고 있다. 한편 기업도 이익 창출이라는 분명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달린다. 대체로 그 목적을 위한 수단도 일관적인데, 법인세를 낮추거나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대다수 기업이 공유하는 목적과 수단인 덕에 대표성을 공격받는 일은 드물다.


노동자 단체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앞선 두 집단의 대표 비해 대표성이 옅다.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노동조합을 보자. 국내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10%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국민 10%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는 대통령은 없다. 노조에 가입한 10% 남짓한 노동자조차도 노사정협의체 보낼 노조의 대표를 두고 갈등을 빚는다. 민주적 집단에 갈등은 숙명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일까? 일시적 봉합도 없는 갈등은 긍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노조의 목표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에 있지 않은 것 같은 점도 대표성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위계가 공고한 한국의 노동 조건 아래에서 노동자 단결의 열쇠는 정규직 노조가 쥐고 있다. 오늘날 전개되는 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이 정규직 밥그릇 빼앗기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노동자 대표의 목적은 일부 노동자의 이익에 국한되기도 한다. 그 일부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를 바라는 쪽은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대표가 정당성을 상실한 목표와 옅어진 대표성으로 휘청일 때 변화의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그럴수록 당장 도움이 절실한 노동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어쩌면 이것이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기술발전이 노동자의 지위를 격하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국의 노동자도 단결할 수 없다면 노동자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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