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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31. 2021

[작문연습43] 게임스톱

- 쉼 없이 유동하는 주식 시장은 액체 그 자체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 이후를 액체 사회로 인식했다. 기술 발전으로 사람 간 사이는 가까워지고 산업 생태계는 복잡 다변해졌다. 그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액체 사회는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안정한 사회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쉼 없이 유동하는 주식 시장은 액체 그 자체다. 이번 게임스톱 사례는 액체 사회의 생생한 단면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해 전 세계가 막대한 양의 돈을 풀었다. 거대한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그 덕에 사양 산업으로 평가받던 회사들도 덩달아 주가 상승을 누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게임기를 판매하는 회사 게임스톱도 그중 하나였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기회를 노리던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가 게임스톱을 상대로 공매도를 실시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게임스톱 주가 하락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는 계속 상승했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생기는 공매도 특성상 헤지펀드사는 수십조에 달하는 손해를 볼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임스톰이 고평가 된 상태라는 시장의 견해는 일치했다. 그럼에도 반대로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사의 공매도 소식에 게임스톱 주식 매도를 멈추고 매수세를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이례적인 대응에는 헤지편드에 대한 공통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 주식 시장 환경이 대형 펀드사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공매도 활성화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컸다. 이에 더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야기한 월가 증권맨들에 대한 분노가 겹쳤다. 그 결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조직적 대응이 탄생했다.


 이번 사건이 국내 주식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은 코로나 위기로 주가 폭락을 경험했고 공매도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폭락장을 되살린 건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동학’ 개미라는 영예로운 별칭을 선사했다. 그런데 최근 공매도 재개 논의가 불거지자 동학 개미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 가격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공매도는 유용하다. 그러나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공매도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긴 시간 피해의식을 느껴왔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한 만큼 주식 시장은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재개에 앞서 바뀐 시장 환경에 맞춰 제도 정비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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