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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29. 2021

[작문연습42] 안정감

- 내가 뿌리내린 곳은 어디인가?

  미국의 신학자이자 저술가 라인홀드 니버는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집단 이기주의의 원인을 탐구한다. 평상시에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났을 때 악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대개 상호 간 존중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친절한 개인이 모인 집단은 이기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때론 다른 집단을 학살하는 끔찍한 일까지 행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 이유를 ‘상상력’에서 찾는다.


 책에 따르면 개인이 집단보다 도덕적인 이유는 상상력의 한계 때문이다. 개인은 타인의 감정에 비교적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역지사지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자신의 이기심을 최대한 억누르고 타인의 이익도 살피고자 한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의 상상력은 외집단까지 뻗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속한 집단의 이들의 감정에 몰입하고, 그들의 이익을 공유한다. 이제 도덕적 개인이 모여 만든 사회는 집단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비도덕적 행동을 자유롭게 저지른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후 백악관 관계자는 놀라운 발언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명백한 거짓이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안적 사실’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트럼프를 변호했다. 주류 언론은 이를 조롱했다. 그러나 예상밖에 사건이 전개됐다. 이 대안적 사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개인의 상상력이 포괄할 수 있는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내가 뿌리내리고 있는 집단을 벗어나기 힘들다. 뿌리내린 집단이란 안정감을 주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대안적 사실을 넘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소수자 차별에 거침없는 트럼프 주위로 사람들이 결집한 것은 그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신자유주의이 거친 풍파 속에서 낙오된 이들을 외면해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트럼프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주류 언론의 노력은 손쉽게 무너졌다. 이런 일은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불안에 떨던 사람들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이들 밑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은 대안적 사실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집단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을 공격한다.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 이러한 집단 이기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각 집단이 각자의 진실을 내세우며 투쟁하니 갈등 해소는 요원하다. 개인의 빈곤한 상상력과 공감이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향할 때 확증편향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니 유일한 방법은 가장 비판적인 시각으로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집단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뿌리내린 곳은 어디인가? 바로 그곳에서 집단 이기주의가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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