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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12. 2021

[작문연습74] www

-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

 인터넷을 대표하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은 본래 학자들 간 자료 유실을 방지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장치에 비해 월등한 편의성 덕에 www는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후 인터넷과 동의어로 여겨질 만큼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넘어서는 개척욕과 탐구욕을 심어줬다. 대단한 자본과 능력이 없는 사람도 마음껏 가상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www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는 정보의 대중화일 것이다. 소수 권력자와 지식인만 향유하던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 옛날 세상 모든 지식을 백과전서에 품고자 했던 계몽주의자들의 꿈은 오늘날 우리의 손바닥 위에서 매일같이 실현되고 있다. www.google.com에 세상 모든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링은 권력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반역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계몽주의자들이 기대했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은 감정이 지배하고 이성은 자기합리화를 위한 도구로 쓰일 뿐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말마따나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는 걸까. 세상 모든 지식이 손안에 있지만, 계몽주의자들이 물리치고자 했던 중세 유럽식 마녀사냥은 21세기 버전으로 www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기념비적 순간이었다. 그날이 역대 취임식 중 최다 인원이 밀집한 취임식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백악관 관계자에게 뉴스 앵커가 물었다.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실제 취임식 당일 곳곳엔 빈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앵커의 지적에 관계자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을 말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이후 www를 떠도는 무수한 허위조작 정보는 대안적 사실이란 멋들어진 탈을 쓰고 세상을 휘젓고 있다.


 본래 현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탄생한 www은 이제 역으로 현실을 설계하고 있다. 정보의 민주화와 소통의 용이함은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등장한 대안적 사실들은 공론의 장을 파괴하고 있다. 현실에선 실현되기 힘든 통제 불능의 여론 재판 또한 가상의 세계에서 일상처럼 펼쳐진다.


 대항해 시대가 불어넣은 개척욕은 식민지 쟁탈전으로 전개됐다. 이후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전후 사람들은 무분별한 팽창욕을 절제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www이 창조한 가상의 세계에서도 크고 작은 전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 불씨가 종종 현실 세계까지 튀기도 한다. 불씨가 화마로 번질까 조마조마한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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