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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11. 2021

[작문연습73] 윤석열

-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감

 꼬일 대로 꼬인 이야기를 말끔하게 결론짓는 극적 장치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한다. 작중 인물 간 관계와 갈등이 너무 복잡해 해결이 난망할 때 갑자기 나타난 신이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이야기를 끝내는 방식이다. 창작자에겐 더없이 편리한 극적 장치이나 관객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자주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인생의 해결사를 기다리곤 한다.


 영화 <칵테일> 속 톰 크루즈의 말마따나 돈으로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고민은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로또 1등 당첨은 대표적인 현실판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로또에 당첨만 되면 내 삶의 문제의 대부분이 단번에 정리될 것만 같다. 1등 당첨자의 삶이 그다지 평탄하지 않다는 풍문도 들리지만 나만은 예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정치인에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을 바라기도 한다. 그놈이 그놈이라며 피하고 싶은 정치이지만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 인생이 순식간에 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 후보가 말하듯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거나, 재벌 개혁이 완성되거나, 공정한 사회가 펼쳐질 것만 같다. 그러나 큰 기대는 큰 실망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우리 삶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레임덕의 시간이 어김없이 도래하는 이유다. 유권자의 실망감이 클수록 레임덕은 더 강하고 빠르게 찾아온다. 잠재적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스러지는 과정이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차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다. 검찰총장을 역임한 그는 ‘살아있는’ 권력과 척을 지며 순식간에 라이징 스타로 등극했다. 그가 총장직을 사퇴하자 대선 주자 지지율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현재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어느 기성 정치인은 ‘별의 순간’을 운운하며 그를 한껏 띄워주고 있다. 그야말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히고설킨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단칼에 정리할 인물인 걸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 무대에서 처음 등장했다. 극의 막바지에 갑작스레 나타난 신이 권선징악을 실현하는 게 가장 보편적인 전개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게다가 끝이 있는 연극도 아니다. 그 때문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자주 좌절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새로운 라이징 스타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엔 사람들의 기대감을 채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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