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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10. 2021

[작문연습72] 외식

-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안다

‘변명’은 부정적 함의가 가득 담긴 단어이지만 변명을 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변명이 없다면 잘못을 저지른 이도 책임을 추궁하는 이도 속이 터지게 답답할 것이다. 변명을 들어야만 잘못을 저지른 경위를 알 수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뉘우침을 전제한 변명은 참고 들어줄 인내를 미덕으로 여긴다.


 다만 변명할 때 피해야 할 게 하나 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로 오염된 변명은 앞서 말한 변명의 순기능을 삭제한다. 그럴 경우 저간의 사정을 파악할 수 없고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없는 영양가 없는 변명이 되고 만다. 그저 책임 회피에 불과한 변명은 가중 처벌의 요소가 되기 십상이다.


 정치인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변명을 하는 직업이다. 정치인에게 그럴듯한 변명을 하는 능력은 필수다. 번듯한 이유 없이 한 행동이 없으니 잘못을 해도 변명거리는 넘쳐난다. 자신들의 변명에 쉬이 수긍할 지지자가 많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남이 보기엔 정황이 분명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언변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간다.


 최근 청년 정치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인상 깊은 변명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한 방역 수칙을 어기고 한 식당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한 청년 국회의원은 3-4분 정도 머물면서 인사만 했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거짓말로 오염된 변명은 너무 쉽게 들통나고 말았다. cctv가 식당 내부를 적나라하게 찍고 있었던 탓이다. 실수를 인정하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을 사건은 거짓말로 오염된 변명 덕에 대중의 분노만 키웠다.


 2000년 전 공자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안다고 했을 땐 언제 어디서든 행실을 바르게 하라는 의미였을 테다. 하지만 21세기는 정말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변명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게 된 셈이다. 청년 정치인은 cctv가 도처에 널린 변한 세상을 몰랐을까. 혹은 선배 정치인에게 제대로 된 변명을 전수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던 걸까.


 이러나저러나 수준 낮은 변명을 감내해야 하는 유권자들만 속이 타들어 간다. ‘청년’ 정치인에게 어울리는 건 사과를 전제한 변명이다. 청년이란 호칭에 대중이 기대하는 바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으로 오염된 변명으로 기성 정치인을 답습하는 데도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앞으로도 정치인을 감시할 눈은 늘어날 텐데, 그럴듯한 변명을 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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